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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3

지리산 등반의 교훈

7월 28일과 29일 이틀간 고교 친구인 창준, 병준, 용일과 함께 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젊은(?) 남자들의 등반 계획이라 결코 만만치 않은 일정이었는데 친구들의 철저한 준비, 도움, 재치로 무사히 마치게 되어 기쁩니다. 지리산 종주는 이번이 세 번째였는데 아마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나이 탓인지, 아니면 체력 단련을 하지 않은 탓인지 모르겠지만. 산행의 와중에 (산행과는 별 상관 없는) 정말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그것들을 적어놓지 않으면 다 까먹을 것 같아 남겨놓습니다.


준비물


여름에 지리산 정도 되는 산에 갈 계획이라면 보다 중요한 준비물과 덜 중요한 준비물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강조해야 하는 것은 아마도 등산화와 양말입니다. 이틀 동안 걷는 양이 많기 때문에 산행 후 후유증(?)이 꽤 있고, 산행하는 동안에도 발이 상당히 힘듭니다. 그래서 다른 것은 몰라도 등산화와 등산용 양말은 꼭 좋은 것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평소보다 훨씬 많이 걷게 되므로 무릎에 무리가 가고, 발꿈치가 아프고, 물집이 생기기 쉽상입니다. 함께 간 병준이가 근육에 뿌리는 스프레이, 상처에 붙이는 밴드를 준비해와 참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리산에서는 씻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그냥 포기하는 게 낫습니다. 쓸데없이 비누, 치약, 갈아입을 옷 등은 가져가면 짐만 됩니다. 그냥 이틀간은 그런 거 포기하고 산만 재미있게 타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지요. 마지막으로, 개인용 수저, 젓가락을 준비해가니 참 좋았습니다.


계획


무슨 일을 하든지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닥치지 않으면 무엇이 필요할지 잘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주변에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입니다. 함께 간 친구들은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라 약 2주일 전부터 이메일로 공동 준비물, 개인 준비물, 비용, 교통, 숙박, 일정 계획 등을 협의하면서 웬만한 회사의 기획서라고 해도 믿을만한 계획서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철저한 계획 덕분에 우왕좌왕하지 않고 짧은 시간에 척척 움직일 수가 있었고, 다른 사람들이 바람 부는 언덕에서 비박(이번에 처음 배운 "야영" 또는 "노숙"과 비슷한 말!)을 할 때에 편하게 산장에서 잘 수 있었습니다.


기록


창준이에게 놀란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미리 산행을 할 코스를 다 적어놓은 것은 물론이고, 행선지별로 작년에 출발, 도착 시간을 모두 기록해놓은 표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작년 대비 금년의 시간 변동 사항을 모든 방문지와 주요한 행동에 대해 다 기록했습니다. 그 기록이 있으니 장소가 불분명한 사진도 찍은 시간으로 미루어 어디라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 기록하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목표


회사일도, 인생도, 작은 일 하나 하나도 모두 목표가 없으면 그에 따른 노력도, 계획도, 실천도 생기지 않습니다만, 산행에서도 목표가 참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창준과 병준 덕분에 하루치 산행의 목표, 비용 집행의 목표, 그리고 매번 행선지 도착과 출발 시간 목표 등이 명확하게 있어서 어떻게 움직여야 되는지 지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움직인 결과가 기록으로 남아, 다시 목표와 비교해보고, 결과를 반추해볼 수 있었습니다.


체력


친구들이 산행 전에 달리기나 앉았다 일어서기라도 하라고 충고했었는데, 사실 별로 신경쓰지 않았었습니다. 첫 날 잠을 자지 않고, 노고단에서 벽소령까지 가는 도중에 반야봉을 중간에 거쳐 갔는데 체력의 한계가 느껴졌습니다. 체력은 힘든 상황에서 개인 차이가 드러나더군요. 평소에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겸손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실제 할 수 있는 것보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에 더 심취되어 무리를 하게 될 때가 있었습니다. 즉, 나도 더 빨리 걸을 수 있고, 이까짓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마음입니다. 그러다보면 자신의 능력과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를 하게 되어 다치거나 사고가 나기 쉽습니다. 용기와 만용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 내리막 길을 걸을 때에 보폭을 크게 해서 충격을 많이 주는 것보다는 보폭을 좁게 하고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내려가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흔적


올라갔다 온 흔적은 사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산에다 쓰레기를 버리고, 설겆이 하면서 음식물을 흘리거나, 치약/비누를 사용하는 것 모두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려면 짐이 가벼워야 합니다. 쓰레기를 다시 담아 와야 하니까요. 그 이전에 쓰레기가 최소한으로 생기도록 생활 습관이 달라져야 합니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간결한 삶, 훈련이 되지 않아서인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대화


산행을 하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아주 힘들 때가 아니라면 앞에 있는 사람과 뒤에 따라가는 사람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마주보고 이야기하지 않으니, 대화가 좀 끊겨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같이 차를 타고 갈 때나, 마주보고 앉아있을 때보다 더 흥미진진해질 때도 있습니다. 기분이 좋으면 일행이 노래를 부르면서 가도 좋았습니다.


시선


산을 탈 때에는 길을 잘 살펴야 하므로 계속 땅만 보고 걷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나뭇가지에 머리를 몇 번 부딪쳤습니다. 제가 같이 간 일행 중에서 제일 많이 부딪친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리 땅과 길이 험해도 가끔씩은 머리를 들고 좀 더 멀리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 산에서나 인생에서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


인사


산에서 마주치는 사람끼리 인사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힘든 가운데에서도 기운이 납니다. 내가 내리막길일 때에 오르막길을 오르는 사람에겐 힘내라고,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말해주고, 평지에서 만나면 반갑다고 인사하고,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에겐 수고하신다고 인사합니다. 그러나 정말로 내가 힘들어 숨이 목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후달거릴 때엔 인사말이 잘 나오지 않더군요. 어쨌든 인사에 인색하게 굴면서 그냥 지나치는 것보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후하게 퍼주는 것이 훨씬 산행을 즐겁게 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일희일비


산에서 한참 힘들 때에는 “내가 왜 이런 곳에 와서 사서 고생을 하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왜 이렇게 힘든 길이 끝이 없이 계속되는가?” 라고 산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불과 5분, 10분 정도 지나서 편한 길이 나오고, 멋진 풍경이 나오면 금새 그런 불평, 불만이 사라집니다. 현재 닥친 일에 금방 슬퍼하고, 불평하고, 기뻐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계곡이 있으면, 봉우리가 있고, 뙤약볕 아래 힘든 오르막길이 있으면, 시원한 나무 그늘 드리워진 바람길도 있다는 것, 정작 그 안에 갇혀 있을 때에는 정말 한 치 앞을 보지 못하고 현재의 모습에 일희일비하게 됩니다.


일정


창준이의 꼼꼼한 기록 덕분에 일정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출발/도착 시간, 해발 고도, 구간 거리, 교통편, 비용, 식수, 개인적인 코멘트까지 기록하였으나 다 생략하고 시간만...



7월27일 23:41

평택역 출발(무궁화호)

7월28일 03:23병준이

구례구역 도착

7월28일 03:36

구례 터미널 도착

7월28일 04:35

성삼재 도착

7월28일 05:42노고단 산장에서

노고단 산장 도착. 아침 식사(김밥, 라면)

7월28일 07:00

노고단 도착

7월28일 08:11노고단과 임걸령 사이에서 한 컷

임걸령 도착

7월28일 09:14

노루목 도착창준이

7월28일 09:51

반야봉 도착

7월28일 10:25

삼거리 도착

7월28일 11:07

삼도봉 도착

7월28일 11:38용일이

화개재 도착

7월28일 12:19

토끼봉 도착

7월28일 13:50

연하천 산장 도착. 점심(라면, 김밥). 길목 나무 그늘에서 오침 1시간

7월28일 16:00

다시 출발 → 형제봉

7월28일 17:43벽소령 산장에서 찍은 일몰 광경

벽소령 산장 도착. 저녁 식사 (밥, 삼겹살 김치찌개)

7월28일 21:00

산장에서 취침

7월29일 04:30

기상. 아침 식사 (북어국, 밥). 05:53에 출발

7월29일 06:48

선비샘 도착

7월29일 07:45선비샘과 칠선봉 사이에서 창준이와

칠선봉 도착

7월29일 08:35

영신봉 도착

7월29일 08:45

세석산장 도착

7월29일 09:27촛대봉과 연하봉 사이에서 나, 용일, 창준

촛대봉 도착

7월29일 10:19

토끼봉 도착

7월29일 10:41

연하봉 도착

7월29일 10:57

장터목 산장 도착. 짐 풀어놓고, 11:13에 천왕봉 오르기 시작천왕봉에서

7월29일 12:06

천왕봉 도착

7월29일 13:11

장터목 산장 도착. 식수 부족으로 점심은 남은 과자 몇 개로 대신하고 하산.

7월29일 16:33천왕봉과 장터목 사이에서 병준, 나

백무동 도착. 샘물로 머리 감고, 세수

7월29일 16:52

백무동에서 식사 (산채 비빔밥)

7월29일 18:00

일월행 버스 출발

7월29일 19:30

일월 → 광주행 버스 출발

7월29일 21:40

광주 광천 터미널 도착

7월29일 22:10

상무지구 도착. 병준이 차를 타고 집으로 이동

7월29일 22:35

집에 도착. 일정 끝.

2007-07-08

평창 사람들에게

강원도 평창이 2014년 동계 올림픽 후보 도시에 올랐으나 최종적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뭐 동계 올림픽하고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 파괴가 이루어질까봐 내심 걱정이 되었으나, 막상 뉴스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평창 사람들의 눈물을 보니 안타까웠다. (일부는 땅 값이 오르지 않아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온 힘을 다해 응원하고 바랬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느끼는 허탈감이 컸을 것이다.

살다 보면 개인이든 단체든 기적같은 성공도 일어나지만, 최선을 다했으나 쓴 실패를 맛볼 때도 얼마든지 있다. 인생은 실패와 성공의 연속인 것 같다. 실패하고 잠깐 주춤한 모든 사람들에게 짧은 피아노곡을 바친다. 초등학교 때 배웠던 동요 무궁화 멜로디를 약간 연장한 정말 짧고 간단한 곡이다. 올림픽으로 시끌벅적하지 않더라도 원래의 아름답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평창을 위해...

평창 사람들에게

연주 악기는 GS1000 신디사이저에서 Piano 1 과 Stereo Piano

2007-06-27

웹 접근성 향상 캠페인

인터넷이 며칠 째 먹통이 되어 이런 캠페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군요. 한국 정보 문화 진흥원에서 웹 접근성 향상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웹 접근성, 웹 표준, 상호 운용성 등에 대해 사람들이 말을 많이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다른 나라 얘기이거나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런 캠페인은 보통 사람들에게 쉽고 평범하게 웹 접근성이 왜 중요하고 꼭 지켜야만 하는 것인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쉽고 빠르게 접근성에 대해 설명해주는 동영상, 강추입니다.


접근성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조차도 장애인의 접근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 꺼내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대신에 좀 더 근사하고, 저항이 없는 국제 표준, 기술 표준, 상호 운용성, 구조와 표현의 분리, 모바일 웹, 최신 기술 등의 섹시한 단어로 포장을 해서 접근성을 간접적으로 강조하곤 합니다. 저도 그래왔었구요. 그만큼 장애인은 소수이고, 돈도 안 되고, 장애인의 문제를 가지고 제품 개발자들에게 설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아무리 소수라고 해도 장애인들에게 "세상과 통하는" 매우 중요한 문인 웹을 닫아놓고 IT 선진국이라고 외치는 것은 자기 기만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장애인이나 노인은 이제 소수도 아니지요.


얼마 전에 아버지에게 웹에 있는 씽크프리 오피스를 이용해서 주소록을 정리하는 것을 알려드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접근성의 문제는 거창한 이론에서 나오지 않더군요. 접근성 지침에 있는 항목들을 다 지킨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컴맹이 봐도, 누가 봐도, 장애인이 봐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교육받지 않아도 쉽게 쓸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접근성입니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아버지에게 씽크프리 오피스는 너무 복잡했고, 새롭게 익혀야 할 개념도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니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제 웹 사이트도 아직 먼 것 같습니다.

2007-06-10

Returned to a normal, actually better one

Thanks to one of the smartest guys, Jungshik (my brother at Google), I could come back to the better future! He found that the hosting service provider just generated the MySQL 3.x dump as it had been. It was actually encoded with utf-8 with no explicit encoding direction in it. One mistake I made is that I did not set the DB character set as utf-8 but it was still in euc-kr in WordPress configuration file in the WordPress root directory. Big mistakes the hosting provider made include that they set the default DB and connection character set as euc-kr and all collations configured for all tables were also euc-kr. Luckily enough, combining all these mistakes, the existing data displayed correctly while newly imported data cannot be stored properly. People tried to enter data with utf-8 encoding according to the web page encoding scheme and the DB interpreted them as euc-kr data which was wrong.


What Jungshik did was to backup the existing tables first. He found that the MySQL has a bug (that is, the last about 20 bytes were trimmed or tangled when exporting its tables to a local SQL file). He just made a shell script to fix this bug and also he converted the dumped SQL to a genuine utf-8 certainly specifying all necessary character sets using his script. Then he just changed the default table names for WordPress because it could be dangerous to replace directly with the old tables. (WordPress provides a configuration file for you to change the default table name prefix.) After successfully restoring the new tables, he and I tested writing, editing, and searching, etc. However, I came to have more tables than necessary. Just after identifying that everything worked fine, he finally replaced the old tables with the new tables.


All things are ok but some works including visitors' comments made during transition period were unrecoverable. I truly apologize for your efforts to enter your message which had gone away.



드디어 워드프레스 업그레이드를 모두 마쳤습니다. 호스팅 업체에 부탁해서 MySQL 4.1이 있는 서버로 옮기고 나서 한글이 입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존 데이터를 수정하는 순간 그 데이터도 손상되는 문제가 생겨 호스팅 업체에 몇 번씩 전화와 게시판을 통해 문의했지만 워드프레스의 문제일 뿐 자기들은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다고 했습니다. 사실은 처음에는 기존에 입력한 데이터가 화면에 보이는 것도 깨져서, 이게 한글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로 다른 문제인 줄 알았습니다. MySQL 3.x 대는 문자 인코딩 방식을 지정하는 것이 없었지만 사실 워드프레스는 유니코드를 사용하고 있었고, 그것을 호스팅 업체가 서버를 이전하면서 euc-kr로 가져와버린 것입니다. 이 문제를 미국에 있는 형에게 물어봤더니, 일단 호스팅 업체는 손대지 못하게 하라고 말하더군요. 그렇게 하고 형이 작업을 했는데, 간단한 셸 스크립트를 짜서 새롭게 덤프받은 DB의 문자셋을 변경했습니다. 변경하는 과정에서 MySQL 4.1의 버그도 발견했는데 그것도 셸 스크립트를 이용해 복원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변경된 테이블을 바로 옛 테이블에 덮어쓰지 않고 새로운 테이블을 생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워드프레스에서 새로운 테이블을 인식할 수 있게 테이블 이름 기본값을 바꾸어주었습니다. 데이터 입력이 제대로 되는 것을 확인한 후, 마지막으로 기존 테이블에 새로운 테이블 내용을 덮어쓰고, 다시 테이블 이름 기본값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쓸모없게 된 테이블들을 다시 지웠구요.


놀란 가슴을 이제야 진정시킵니다. 호스팅 업체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었을 리가 만무하고, 형의 도움이 있어서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형은 구글에서 제품의 세계화(internationalization)와 지역화(localization)를 담당하고 있거든요. 아무튼 이렇게 요란하게 소란을 피운 후에라도 완전한 유니코드 체계로 정착이 되었고 워드프레스 2.2를 쓸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시스템을 변경하는 동안, 일부 데이터가 손상되었습니다. 한글 입력에 문제가 있는 줄 모르고 마구 에디팅을 하다가 날아간 것도 있고, 또 방문하신 분들이 한글로 코멘트를 입력했다가 날아간 것도 있습니다. 입력한 것을 날린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합니다.


2007-06-09

Announcement: Temporarily dysfunctional

Hi, every visitor. I am sorry to deliver this ugly news to you. After the engineer at the hosting service provider moved all data and files to this new server, I cannot update my data. Furthermore, exactly from 2:40 of June 8th to 16:40 of the same date, I lost all updated or created data including your comments. I am asking the hosting provider about the problem but they said there is no problem in the transplantation. I suspect that there is any incompatibility between new MySQL 4.1.15 and old version, 3.23.58.

One more probable or plausible reason would be the wrong encoding scheme configured by the hosting provider. When I check the MySQL status at the terminal, all charactersets for server, DB, client and conn. are euc-kr while my WordPress data and web pages are encoded with UTF-8, a Unicode encoding scheme. Due to this, I cannot modify any existing data and even web feed sends broken information!

I would like to express my deep apology and regret that some of your writings were nullified. Please do not post your comments (in Korean language) until you see a new notification here.

Thanks for your patience.


At 10:09, Sunday, June 10, everything works just fine! Now you can leave your message in Korean again!

2007-06-08

WP Unformatted 플러그인을 깔았습니다.

워드프레스 2.0에서 글을 쓸 때에 엔터키를 쳐서 줄을 바꾼 곳에 대해 무조건 <br /> 마크업을 넣어버려 지금까지 HTML 문서를 좀 복잡하게 만든 경우에는 엉뚱한 곳에 <br />이 들어가버려 심각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일일이 엔터키를 쳤던 곳을 다 지워주는 번거로운 작업을 했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글을 한 줄로 만들 수도 없고... 그래서 위지윅 에디터도 알아보고, 몇 가지 알아봤는데 가장 단순하고 깔끔한 것을 선택했습니다. 알렉스 킹(Alex King)이 만든 언포맷티드(WP Unformatted)라는 것인데, 글을 쓸 때에 커스텀 필드 키로 sponge라고 넣고, 값을 1이라고 넣어주면, 사용자가 쓴 마크업을 그대로 보여주게 됩니다. 물론 이것은 타자기로 치듯이 보여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직도 사용자가 작성한 내용에 대해 <pre> 마크업을 씌워서 이상하게 보여주는 게시판이 일부 남아있는 것을 봤습니다.) 웹 호스팅 업체에 MySQL 4.0 이상이 지원되고 아파치 mod_alias와 mod_rewrite가 모두 지원되는 곳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는데, 그 이후에 워드프레스 2.2 설치하면 별 필요없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제가 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정보화 유공자 포상 전자 신문 기사


오늘 코엑스 3층 오디토리움에서 스무 해를 맞이하는 정보 문화의 달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영광스럽게도 저도 상을 하나 받게 되어 회사에 휴가를 내고 아침부터 꽃단장(?)하고 서울로 갔었습니다. 행사 예행 연습을 해야 한다고 9시 반까지 오라고 해서 부지런을 떨며 갔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시간은 많이 남더군요. 어쨌든 장관님을 비롯한 높으신 분들이 오시는 행사라 진행 요원들도 무척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을 위해 두 번 예행 연습을 하고 수상식에 나가 표창장을 받았습니다. 정보화 유공 포상은 강지원 변호사와 삼성에스디에스 김인 사장, 전자신문 금기현 대표이사 등이 훈장/포장을 받고 또 대통령, 국무총리, 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자들 중에 몇 명이 대표로 시상식에 참가했습니다. 저도 앞에 나가 수상을 했는데 언론사에서 나와서 사진 찍는 사람이 그렇게 많았지만 제 사진을 개인적으로 찍어주는 사람은 없어서 결국 사진사 아저씨 한 분이 찍어놓은 제 사진을 나중에 보내주겠다고 해서 그러겠노라고 했습니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일어납니다. 아마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을 소개한 것실무 제작 기법 책을 쓰면서 마음 졸인 것, 기타 접근성 홈페이지 경진 대회나 인증 마크 등 관련 행사 등에 심사, 평가, 자문 등을 하면서 발로 뛴(?) 것에 대해 고생했다고 보상을 주신 것 같습니다. 사실 회사에서 딱히 웹 개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활동들 때문에 회사일 소흘히 한다는 말 들을까봐 항상 조심스러웠습니다. 물론 결코 그렇지는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지만... 아무튼 보이지 않은 곳에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저보다 더 열심히, 활발하게, 전문적으로 묵묵히 활동하시는 관련된 모든 분, 부족한 저를 추천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7-06-01

워드프레스 2.2 업그레이드 실패

워드프레스 2.0을 쓴 지가 오래되어서 2.2가 최근에 나왔길래 맘먹고 업그레이드를 시도했다. 설명서를 보고 데이터베이스와 파일을 모두 백업받고, 그런대로 잘 진행이 되다가 업그레이드 스크립트를 실행하는데, 경고가 나왔다. 데이터베이스가 옛날 버전이니 먼저 업그레이드를 하라는 것이다. 이런~. 그래서 호스팅 업체(아사달)에서 제공하는 MySQL 버전을 확인해보니 3.23.58이었다. 워드프레스 업그레이드 설명서를 보니 MySQL 버전이 꼭 4.0 이상이어야 한다면서 낮은 버전에서는 절대 업그레이드 하지 말라고 되어 있었다. 다행히 백업을 받아놨으니 망정이지 마지막 순간에 큰 일 날 뻔 했다. 옛날 버전으로 다시 돌아가는데 계속 에러가 나서 긴장했다. 겨우 원상 복구는 시켰지만 아까운 시간 홀라당 까먹으니 기분이 별로다. 호스팅 업체를 바꿔야 하는 걸까?

2007-05-25

펜티엄 3 컴퓨터를 무료로 드립니다. - 이미 드렸습니다.

계속 컴퓨터에 대한 문의가 와서 혼선을 피하고자 알려드립니다. 이미 컴퓨터를 다른 분이 가져가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펜티엄 3 PC 본체 | 우분투 스크린샷 | 키보드와 매뉴얼


제가 사용하던 펜티엄 3 컴퓨터를 무료로 드립니다. 새 컴퓨터가 생긴 관계로 이 컴퓨터를 싼 값에 팔까 했는데 얼마 받지도 못할 것 같고, 그냥 무료로 꼭 필요한 사람에게 드리려고 합니다. 꽤 오래되고 낡은 것이어서 곳곳에 기스가흠집이 있습니다만 내부는 진공 청소기로, 외부는 수퍼클린으로 깨끗하게 청소했습니다. 이 글이 아마 이 컴퓨터로 마지막으로 쓴 글이 되겠군요. 메인 보드 끼우는 것부터 직접 조립한 것이어서 매뉴얼이 웬만한 것은 다 있습니다. 사양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하드웨어

    • 케이스: 230와트 철제 미들 타워 케이스 (전면 베이: 5.25인치 2개, 3.5인치 3개)

    • CPU: 인텔 펜티엄 3, 450 메가헤르쯔

    • 메인 보드: 유니텍 MS-6119 (인텔 440BX)

    • 램: 750 메가바이트

    • 하드 디스크: 퀀텀 파이어볼 12 기가바이트

    • 그래픽 카드: S3사의 Savage 4 (PCI 방식) (매뉴얼 및 CD는 분실)

    • 랜 카드: 10메가 이더넷 카드 (RTL-8029)

    • 광 디스크 드라이브: 삼성 CD-RW 및 DVD-ROM 지원 콤보 (SM-332)

    •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 LS-120 (120메가바이트 수퍼 디스크 지원)

    • 사운드 카드: 사운드 블래스터 라이브! 밸류 (PCI 방식)

    • 내장 팩스 모뎀: 락웰사 56k 데이터/팩스/보이스 모뎀 (매뉴얼 및 CD는 분실)


  2. 소프트웨어
    • 운영체제: 우분투 리눅스 6.06 (대퍼 드레이크)

    • 데스크톱 환경: 그놈

    • 기타: 한국어 로케일(106 키보드 지원, 한글 입력기 SCIM, 은글꼴 등 포함), 파이어폭스 브라우저, 오픈 오피스 등



  3. 설명서/매뉴얼
    • 메인 보드 설명서 (한 + 영)

    • 사운드 카드 설명서(두꺼운 것 + 간략본)

    • 콤보 드라이브 사용자 설명서

    • CPU 사용자 설명서 및 설치 가이드

    • 랜카드 사용자 설명서


  4. 기타

    • 번들 CD 타이틀: 사운드 블래스터 라이브 밸류 설치 CD (윈도우즈용), CD 레코딩 소프트웨어 (윈도우즈용)

    • 마우스: PS/2 방식의 스크롤 휠 있는 볼마우스 (삼보 M-S48)

    • 키보드: 엘지 106키 + 볼륨 조절, 기타 단축키 2개 (사용 안 한 새 것)

    • 컴퓨터 본체용 전원 케이블 (220볼트)

    • 2미터 정도 되는 10 Base-T 이더넷 케이블

    • 2미터 정도 되는 전화 케이블



조건이 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경기도 오산입니다. 평일 저녁이나 쉬는 날 오산에 오셔서 직접 가져가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 컴퓨터를 가져가 다른 분에게 팔아 장사하실 분에게는 드리지 않겠습니다 (아름다운 가게나 녹색 가게 등은 제외). 가져가실 분은 sshin90 골뱅이 야후 쩜 코 쩜 케이알로 메일 주십시오.

2007-05-05

남자 둘

남녀는 성적관심, 여여는 연대감…남남은?이라는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다. 문화 평론가 남재일님의 글이다. 남자 둘이 모여서 사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가벼운 여가를 같이 즐기거나 하는 경우가 남녀, 여여에 비해 적다는 것이다. 일견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영어 표현에 걸스 톡(girl's talk)이라는 것이 있다. 여자들끼리의 대화. 여자들끼리의 시시콜콜한 잡담(?) 이라는 뜻으로 약간은 성차별적인 말이기도 하다. 사실은 남자도 업무 이야기나 정치 이야기 말고, 그냥 사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남자와 남자가 만나면 보통은 더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물론 아주 친한 또래 친구끼리는 사적인 이야기를 편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같이 영화를 보러 가는 경우도, 공원을 산책하는 경우도, 취미를 같이 즐기는 경우도, 여행을 같이 가는 경우도 있다. 죽이 잘 맞으면...

기사에서도 지적한 가장 불편한 자리는 보통은 직장 선배들에 의해 주도되는 술자리이다. 빠질 수도 없고, 막상 가려니 불편한 그런 자리. 보통 그런 자리에 둘만 앉아 있는 경우는 드물지만, 둘이 앉았을 때에 얼마나 어색했는지 기억나는 자리가 있다. 예전 회사의 한 상사 한 분이 생각난다. 그 분은 어디를 가나 회사 이야기를 끊이지 않고 하셨다. 점심 먹으면서도, 쉬는 시간에도, 저녁의 술자리에도 주로 회사 이야기만 하셨다. 그런데 한 번은 그 분이 나하고 저녁에 술 한 잔 하자고 하셨다. 내심 적잖이 부담이 되었지만 차마 거절할 수도 없었다. 회사에서는 아무런 감정 없는 일 중독자에 탱크같이 밀어붙이는 사람인 줄 알았던 그 분이 술자리에선 그래도 자기 힘든 점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해서 어느 정도 경계심(?)은 풀어졌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 분이 말씀하신 힘든 점은 다 회사일과 관련되어 있었다. 나는 낮에도 업무 이야기, 저녁에도 소위 말해 다시 공장(?)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자리에서 공장 이야기에 관심을 덜 보이는 것은 웬지 내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약해보일지도 모른다는 압박 때문인지 계속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쳐주고 또 내 나름대로의 의견을 피력해야 했다.

누구나 조직원이기에 앞서 사생활이 있는 개인이다. 폭탄주가 돌고, 모두가 상기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폭탄주를 거부하거나, 상기되어 있는 분위기에 동참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심경을 드러내면 보통은 집단의 눈총을 받게 된다. 이렇게 개인성을 드러내기가 힘들고 그것이 위협받는 것은 아주 힘든 경험이다. 이런 개인성은 그냥 혼자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다른 사람과 소통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적인 대화, 걸스 톡은 중요한 것 같다. 직장을 막 옮기고 초반에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개인성을 소통할만한 상대를 직장 내에서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것 같다. 그냥 개인으로서 나를 봐라봐주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러나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알코올에 얽매이지 않는 남성과 남성의 관계도 중요하다. 남성으로서 가져야 한다고 생각되는 지나친 책임감, 의무감, 조직에 대한 충성심, 마쵸 기질, 주도에 대한 의무, 이런 것들 한꺼풀만 벗겨내면 개성 충만하고, 유쾌한 한 개인이 드러난다. 남성들이여, 그렇게 유쾌한 개인들의 만남을 즐겨보자.

2007-05-01

국가 권력보다 무서운 자본의 권력

과거 군사 독재 정권 시절에는 평범한 많은 사람들에게조차 가장 무서운 단어가 아마 "중앙 정보부", "청와대", "안기부", "보안사" 이런 것들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웬지 "안기부"라는 단어는 재수 없게 들렸고, 공포스럽게 들렸다. 지금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물론 국가는 아직도 검찰, 경찰과 같은 물리력과 신체 구속력을 동반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벌어진 던킨 도너츠 사건 (발단, 관련 블로그 글)과 한화 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력 사건을 보고 있자면, 이제 전통적인 정치 세력이 가지고 있던 권력이 자본으로 이동되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 과거에 고 정주영 회장이 대통령 후보 되겠다고 나왔을 때에 그게 한나라당 군사 독재의 잔당들이 후보로 나왔다는 사실보다 더 몸서리쳐졌던 것 같다.

돈이면 손바닥으로 하늘도 가릴 수 있는 것인가. 정보화 사회에서 진짜 무서운 것은 돈으로 여론과 정보를 조작하는 것이다. 중국은 아직도 국가가 정보를 통제하고 조작하지만, 우리 나라는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정보를 통제하려고 드니 중국이나 우리 나라나 그런 면에서 참 닮은 꼴이다. 정확한 사실이 과연 밝혀질지 의문스럽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서, 두 개 자본의 추악한 현재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화가 치밀어오른다.

2007-03-20

'ㅔ' 발음과 'ㅣ' 발음

우리 나라 말에서 급격하게 차이가 희미해지고 있는 발음이 'ㅐ'와 'ㅔ'이다. 사실 'ㅐ'와 'ㅔ'를 틀리게 발음하는 것은 그렇게 치명적이지 않다. 그것을 듣고 구별하는 것도 매우 어렵고, 또 정확하게 발음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음성 언어로 구분이 안 되니 문자로 기록할 때에도 'ㅐ'와 'ㅔ'를 바꿔서 쓰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런데 오늘 느낀 것은 재미있게도 영어의 '엑스' 발음이나 '에' 발음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익스'나 '이' 발음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represent'라는 영어 단어는 '레프리젠트'로 발음해야 하고 'representation'도 '레프리젠테이션'으로 발음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프리젠테이션'으로 발음한다. 거꾸로 'ㅣ'를 써야 하는데 'ㅔ'를 쓰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리포트'를 '레포트'라고 발음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듣기에 별 거북함이 없다. 왜냐하면 한국어를 말하는 맥락에서는 충분히 한국화된 발음을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예전에 어떤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database'라는 영어 단어를 한국어 맥락에서도 '데이러베이스'라고 말하는 것이 어찌나 어색하게 들렸던가. 그런 맥락에서는 그냥 '데이타베이스'라고 하는 것이 훨씬 듣기가 좋다. 재미있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이라는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말하는 상황에서도 'excel'을 '익셀'이라고 하지 않고 '엑셀'이라고 잘못 발음한다는 것이다.

요즘 뼈저리게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발음은 영어나 외국어를 공부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덜 중요하다는 것. 즉, 억양(액센트)에 너무 목매달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보통의 경우 한국 사람은 한국식, 이탈리아 사람은 이탈리아식, 중국 사람은 중국식, 필리핀 사람은 필리핀식, 인도네시아 사람은 인도네시아식 억양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 사람들에게 미국식 또는 영국식 억양을 쓰지 않는다고 영어를 못한다고 할 수는 절대 없다. 그러나 정확한 강세(stress)와 모음 발음은 여전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빠른 말을 들을 때에는 종종 강세와 모음만 대충 들어도 의미 파악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냥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근거는 없다. 어떤 언어 심리학자가 이런 것들을 검증하기 위해 매우 복잡한 실험을 했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다음 단어들에 나온 'e' 모음이 'ㅔ'인지 'ㅣ'인지 한 번 확인해보자.


  • represent (레프리젠트)

  • representation (레프리젠테이션)

  • report (리포트)

  • execute (엑시큐트)

  • executable (엑시큐터블)

  • excel (익셀)

  • excellence (엑설런스)

  • expert (엑스퍼트)

  • reference (레퍼런스)

  • refer (리퍼)

  • resume (리쥼)

  • export (익스포트)

  • explanation (엑스플러네이션)

  • explain (익스플레인)

  • designate (데지그네이트)

  • prefer (프리퍼)

  • preference (프레퍼런스)

2007-03-10

"공유하기 싫은 사람은 인터넷을 떠나라"에 대한 답글

커서님의 글에 부분적으로 공감합니다만 약간 다른 관점에서 "공유"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인터넷은 잘 모르겠고, 웹의 시작은 서로 다른, 멀리 떨어진 기종간의 자료를 자유롭게 교환하기 위해 탄생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목적의 상당 부분은 "하이퍼링크"라는 아주 간단하지만 대단한 기술을 통해 구현되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 있는 모든 글들이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되어서, 사람들은 어디에서 출발하더라도 관련된 지식과 정보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우리 나라에서 벌어지는 인터넷의 문화는 참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누구나 완전히 새로운 창작은 없겠지만, 남이 써놓은 글을 "스크랩"하기 또는 "담기", "퍼가기"와 같은 그럴듯한 말로 포장해서 자신의 공간에 담아두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 홈피가 풍부해지면 결국 방문자들에게 이득을 주는 것일까요? 그것은 단편적인 생각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퍼가기와 스크랩을 통해 복사된 글들이 인터넷에 많아지면, 인터넷의 꽃인 검색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좋은 검색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이 자료가 얼마나 검색 목적에 적합한지 기계가 판단을 해야 합니다. 이 때의 판단 기준으로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봤는가, 글 내용과 제목, 키워드 등이 얼마나 적합한가, 그 글을 참조하고 있는 링크가 얼마나 많은가, 얼마나 많은 추천을 받았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북마크를 했는가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우리 나라에서 최고의 검색 포털인 네이버에서 무엇을 검색해보면 똑같은 내용의 글들이 블로그, 카페, 지식인 등에 몇 번씩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고, 도대체 그 "지식", "글"을 쓴 원 저작자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반복해서 나타나면 노출의 기회가 많아져서 접근성이 높아진 것일까요? 결코 아닙니다. 왜냐하면, 반복해서 나타나지 않고, 원본 글이 가장 적합한 글이었다면, 그 글은 검색 엔진에 의해 가중치가 점점 더 높아져야 합니다. 그런데 복사본이 많아지니까 원본 글의 가중치는 실제 그 글이 가지는 중요도, 적합성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뭐가 중요하고, 뭐가 적합한지를 기계적으로, 또는 사람이 판단할 기준이 애매해진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결국 인터넷 검색의 품질을 극적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우리 나라의 웹 검색 수준이 구글과 야후같은 세계적인 기업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초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런 퍼가기와 같은 기형적인 웹 데이터들에 의해 웹이 쓰레기로 오염되었기 때문에 포털들은 웹 검색의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입니다. 단지 포털 내부에 갇힌 자료들만 잘 보여주면 되었지요. 인터넷의 세계는 국경을 넘어 무한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인데도 우리 나라는 정확하지도 않은, 그리고 온통 퍼가기로 여기 저기 반복되는 "네이버" 지식인 수준의 공유 "지식"에서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경을 넘어 세계 사람들은 "공유된" "공공의 지적 자산"을 키워가며 자신들의 지적인 창작물들을 키우는 동안 우리는 갇힌 우리들만의 좁은 세계에서 서로 퍼가고, 나르고, 복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다른 나라의 개개인들이 기존의 가치에 자신만의 부가 가치를 더해서 지식을 키워가는 동안 우리는 아무런 새로운 가치도 창출하지 못하는 복사하기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지요.


인터넷에서 좋은 정보를 발견했다면 퍼가지 말고, 링크를 걸면 됩니다. 그렇게 해서 외부에서 링크가 많이 걸린 정보는 중요한 정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걸린 "링크의 텍스트 제목"을 통해, 원본 자료의 내용을 대표하는 제목이 무엇인지, 어떤 자료가 담겨 있는지를 기계적으로 결정하기가 더 좋아집니다. 이렇게 해서 내가 검색 엔진을 통해 찾든, 아니면 링크를 따라가면서 찾든, 나의 목적에 더 쉽고 빠르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있는 많은 자원들이 이렇게 해서 "공공성"을 가져야 합니다. 서로 베껴서 널리 퍼뜨리는 것이 아니고, 내가 만든 저작물을 링크로 인용하여 다른 사람이 연관된 새로운 저작물을 만들면서 우리의 공공 자산은 점점 더 커지는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조선닷컴" 사이트에 "퍼가기"라는 주황색 버튼이 생겼더군요. 아니 신문사에서, 그것도 조선일보와 같은 극우 신문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기사를 퍼가도록 할리가 있나 싶어서 눌러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것은 "RSS" 구독 버튼이었습니다. RSS 구독은 퍼가기와는 전혀 다른 개념인데 어떻게 이것을 "퍼가기"라고 표현했을까 생각해보니, 우리 나라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 "퍼가기"라는 말이 원 저작자의 글의 인기도를 높이는 긍정적인 단어로 인식되기 때문에 아마 뜻을 왜곡하면서도 그런 명칭을 붙였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퍼가기는 결코 원 저작자의 인기도를 높여주지도 않고, 퍼가기로 복사된 글들이 많아지면서 그 내용의 중요도가 높아지지도 않습니다. 한 마디로 인터넷 세상의 엔트로피가 증가할 뿐입니다.


건전한 "링크"를 원천적으로 막고, 이상한 "공유" 개념에 기반해서 "퍼가기"를 조장하는 우리 나라의 포털, 블로그, 언론 매체, 심지어 정부 기관의 잘못된 관행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원본 글에 대한 정확한 링크, 즉 딥 링크(deep link)를 막는 인터넷 주소(URI) 감추기입니다. 비교적 진보적인 인터넷 매체인 프레시안만 봐도, 어떤 기사를 들어가도 주소창에는 항상 똑같은 "http://www.pressian.com" 주소만 나옵니다. 프레임을 사용하여 주소를 감춰버린 것이지요. 가장 공공성이 강한 정부나 공공 기관의 웹 사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정보 접근성을 보장해야 하는 한국 정보 문화 진흥원이나, 우리 나라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콘텐츠 기술의 발전 정책을 집행하는 한국 소프트웨어 진흥원도 그런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주소가 나타나질 않으니, 기본적으로 해당 페이지에 링크를 걸 수가 없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필요하면 그냥 복사하든가 아니면 말든가 하라는 것이지요. 주소 감추기는 또 다른 폐해도 있습니다. 시각 장애인들과 같이 비시각적으로 인터넷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문서의 제목과 주소가 매우 중요한 이해의 단서가 됩니다. 그런데 인터넷 주소 감추기를 통해 그 사이트 안에 담긴 수없이 다른 문서가 똑같은 제목과 똑같은 주소만을 가지게 됩니다. 다시 말해 서로 다른 문서들을 변별할 수 있는 문서의 "독특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지요. 그나마 문서 안에서의 "제목"과 내용이라도 충실하게 HTML 규격에 맞추어 작성했으면 불행중 다행인데 우리 나라 웹 페이지들은 "제목"을 표준에 맞추어 표현한 경우도 매우 드뭅니다. 그냥 글자만 굵고 크게 하면 제목인 것은 아닙니다.


둘째는, "스크랩", "퍼가기", "블로그에 담기", "클리핑", "나르기", "담아가기", 콜백과 같이 다양한 이름으로 등장하는 "복사하기" 기능입니다. 아예 공개적으로 복사를 권장하지만, 인터넷 주소는 안 보이게 함으로써, "링크"는 불허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지요. 복사로 얼룩진 대표적인 사이트가 아마 싸이월드, 네이버 블로그지식인, 다음 카페이겠지요. 그 "복사"라는 것도 자신들의 포털 안에서는 무제한 허용하면서, 포털 밖의 인터넷 세상으로는 무제한 금지하려고 별 짓을 다하고 있지요. 그것중에 대표적인 예가 "마우스 오른쪽 버튼 막기"와 같은 별 효용도 없는 기능을 쓰는 것입니다.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그네들의" 포털에서는 복사된 쓰레기만 넘쳐나니, 그 쓰레기를 다른 인터넷 세상으로 무단 투하하는 것을 막아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면서 열린 공간인 인터넷에 있는 귀중한 정보는 다시 그들만의 닫힌 세상인 포털 안으로 복사해다 부지런히 나르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세째는, 포털에 일반 사용자들이 올려놓은 자료가 열린 세상에 널리 퍼지지 못하도록 "robots.txt"를 이용해 검색을 막아놓는 행위입니다. 다시 말해, 나는 공개된 인터넷이라고 생각해서 다음 카페, 네이버 지식인에 올려놓은 자료들은 다음 안에서 또는, 네이버 안에서만 검색이 가능합니다. 이것은 21세기 인터넷 세상에서 20세기 PC통신 방식을 고집하겠다는 것과 별로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다른 검색 엔진들이 검색을 못하도록 철저히 자신들의 포털 안에 사용자들을 가둬놓은 것이지요. 그것에 반기를 들고 나온 것이 바로 엠파스의 소위 "열린 검색"입니다. 그러나 엠파스의 접근 방식도 잘못 되어 있습니다. 어쨌든 네이버, 다음에서 검색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국제적으로 약속된 표준에 따라 장치해놓은 검색 거부 선언을 엠파스는 의도적으로 무시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거 누구 편을 들어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진흙탕 다툼 같지 않습니까?


네째는, 더 엽기적인 것입니다. 네이버에서는 설사 엠파스 같은 곳에서 자신의 지식인 자료를 검색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쓸모없도록 무력화시키기 위해, 며칠 지나면 지식인에 올라온 자료의 인터넷 주소가 자동으로 바뀌도록 해놓았습니다. 이것은 상대의 악행을 막기 위해 자신은 더 큰 악행을 저지르는 행위이지요. 다시 말해,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자료를 나중에 다시 보기 위해 내가 오늘 즐겨찾기(또는 북마크)에 등록했다고 해도, 내일이면 쓸모없어질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내일이면 없어질 페이지에 링크를 걸 수도 없고, 결국에는 그냥 복사해다가 내 홈페이지에 붙이고, 게시판에 붙이고, 열심히 "퍼가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러는 동안 세계 7위를 차지하는 한국어 인터넷 사용자들이 공공 재산의 하나인 "위키피디아"에 등록한 한국어 문서 등록률은 세계 30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미 서구 문화권에서 상당히 널리 퍼지고 있고, 혁명적이라 할만한 콘텐츠의 유통 방법인 RSS가 아직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도 아마 "퍼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서구 문화권에서는 개인 블로그는 물론이고, 기업, 대학, 정부, 공공 기관 할 것 없이 RSS를 통해 자신들의 소식을 사용자들에게 쉽게 전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빨리 우리 나라 웹 사이트들도 퍼가기를 조장하는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행을 버리고, 공공재로서의 인터넷 사용을 더 편하게 만드는 작업에 뛰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전에 인터넷 사용자들 스스로도 "퍼가지 않기" 운동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저는 제 사이트에 있는 글을 사람들이 "퍼가기"를 통해 공유하는 것이 싫습니다.

2007-02-26

7th KWAG Workshop

I attended the 7th KWAG workshop held at one of NHN's training centers. KWAG is a voluntarily gathered non-profit, and non-government group of people who share the interest in enhancing Web accessibility in Korea, and this workshop is a kind-of unconference which has no fixed form but the content of the meeting is freely created by voluntary individuals.

KWAG launched several small groups, that is TF's at this 7th workshop. I was involved in Web Accessibility Evaluation TF and newly participated in Caption and Audio Description TF which consists of only three members (Gyu-yeon Hwang, Jiae Mun and me) now. We had a short discussion regarding the plan for this TF and picked out three initiating topics:


  1. Accessibility of multimedia players (whether they are embedded in a Web or run as an independent application)

  2. Field research for captioning applications

  3. Effective caption(or subtitle) design

Have a quick look at the following photos to get how the workshop worked:


2007-02-22

단일 문화 사회를 넘어

중고교 시절에 강조해서 듣던 말이 있다. 우리 민족은 단일 민족, 백의 민족이라는 것이다. 민족이라는 단어는 항상 핏줄의 계보를 따진다. 그리고 그 핏줄, 또는 혈통은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핏줄에 대한 묘한 집착, 또 빠져나오기 힘든 편견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가장 잘 이용해먹었던 자가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히틀러, 무솔리니같은 사람들이다. 우리 나라는 긴 세월동안 다른 나라를 부당하게 침략하지 않고 평화를 옹호했던 자랑스러운 전통이 있다. (최근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침략 전쟁을 일으킨 미국에 협조해 군대를 파견한 불명예스러운 역사도 있지만.) 거기에 어물쩡하게 덧붙여 우리 나라가 단일 민족 국가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것으로 교육받아왔다. 그런데 성장하면서 그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운 것인지 점점 의문을 갖게 되었다.

얼마 전에 여수에 있는 외국인 보호 시설에서 화재가 나 외국인들에 대한 부당한 인권 침해에 대해서 사회적인 각성의 계기가 있었다. 박노자 칼럼 (이민 받아들이기를 왜 거부하는가?)에서 지적했듯이 이제 다양한 종족이 함께 공존하는 "정상적인 나라"의 대열로 들어가야 한다. 다양한 민족들이 함께 사는 것이 우리 나라에 여러 가지로 이득이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블로거 젠 카나이가 지적한 THE COST OF MONOCULTURE는 힘 있는 사람들의 문화와 다수의 문화가 그냥 우리 사회의 단일한 문화로 둔갑해버리는 우울한 현실의 일부분일 뿐이다. 단일한 종으로 구성된 식물 군락은 특정한 바이러스나 병충해에 한 번 취약점이 노출되면 전체가 무너진다. 우리도 2003년 전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단일한 IT 환경으로 인해 인터넷 대란을 겪은 적이 있다. 이제 다양한 특성을 가진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한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가 그렇게 비난하는 유일 사상 체제인 북한보다 확실하게 우월한 점이 아닐까.

네덜란드 법인을 방문했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한 물류 창고 직원 26명의 국적을 조사해보았더니 18개의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하던 직원의 이야기.

2007-02-20

이러닝? e러닝?

기술의 발달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많은 기술들이 서양 문화권(특히 영어 문화권)에서 들여오다 보니 외래어와 외국어 단어 수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단어들을 (북한처럼) 일일이 우리말로 바꾸면서도 그 뜻을 잘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렇게 하기에는 어휘가 발달, 변천해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체 가능한 우리말이 확실하게 있다면 대체 가능한 우리말을 되도록 쓰는 것이 좋겠지요. 그것은 단순히 수세적으로 우리말을 지키자는 의미에서라기보단, 영어가 우리의 주류 언어가 되어버리고 우리말 단어가 씨가 말라서 그것이 오히려 문화의 다양성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입니다. 다시 말해, 영어의 어휘가 풍부해져서 우리의 삶이 풍부해지는만큼 우리말의 어휘도 풍부해지고, 다양한 사상과 새로운 기술을 표현할 수 있도록 풍성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영어 단어가 많아지면서 그것을 한국어로 바르게 쓰는 일도 중요한 일입니다. 얼마 전에 모 건설 회사에서 e 편한 세상이라는 문구를 사용하면서 e라는 영어 알파벳을 중의적으로 쓰는 일이 참 많아졌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소위 말하는 온라인 학습 즉, 이러닝(e-learning)이라는 것인데, 이것을 정부 부처 일부에서 e러닝으로 쓰고 있습니다. 우리말 문장을 쓸 때에는 모든 단어를 우리말을 표기하는 한글로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즉 여러 문자를 한 문장에 섞어쓰지 않습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제대로 된) 신문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만났다.가 맞지 노무현 대통령이 Bush 대통령을 만났다.라고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표기하기에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영어 알파벳 한 자 한 자를 발음해야 하는 약자로 이루어진 단어입니다. UCC 열풍이 불고 있다. 이렇게 쓰는 것과 유씨씨 열풍이 불고 있다. 이렇게 쓰는 것과 어떤 것이 맞는 것일까요? 이런 경우도 원칙은 뒤의 문장이 맞지만 편의상 대부분의 신문에서 앞의 문장처럼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경우는 통상적으로 첫 번째 문장처럼 쓰는 것이 이미 굳어진 관행이 된 것 같습니다. 이것까지 꼭 유씨씨라고 써야 한다고 우기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럼 이런 경우는 뭐가 맞을까요? LG전자엘지전자? 제 생각엔 당연히 후자가 맞습니다. (칼 맞을 소리인지도 모르겠지만) 불행히도 우리 회사는 이런 혼란을 일찌감치 초래하고 우리말의 오염에 일조한 회사 중에 하나입니다. 에스케이 텔레콤, 케이티에프, 케이티엔지, 케이티엑스 등도 모두 마찬가지이지요. 자,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러닝인지 e러닝인지는 명확합니다. 이러닝은 국어 사전에 올라갈 수 있는 단어이지만, e러닝은 국어 사전에도 올릴 수 없고 영어 사전에도 올릴 수 없는 엉터리 단어입니다. 한 문장에서 표기 언어 문자 코드를 바꾸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데 심지어 한 단어 내에서 표기 언어 문자를 막 바꾸려는 시도는 정말 잘못된 것입니다. 처음 e 편한 세상을 사용했던 건설 회사가 원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전에도 비슷한 예가 있었을 수도 있지요),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업적인 광고 목적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해 사용한 것입니다. 이런 엉터리 표기법을 공공 기관이나 정부에서 공식적인 용어에도, 그것도 한 단어 내에서 두 개의 표기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차라리 용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 이러닝(e-learning) 이렇게 처음에는 써주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더욱 가관인 것도 있습니다. 아래 항목 等에 대해 F/up 바랍니다. 이런 문장을 접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하고 싶은 말은 아래 항목들에 대해 조사해보시기 바랍니다. 정도였겠지요. 영어 알파벳과 마찬가지로 한자를 한글 속에 섞어쓰는 것도 옳지 않은 방법입니다. 쓸데없는, 그리고 잘못된 "코드 스위칭(code switching)"입니다. 한글로만 적었을 때 정말로 의미가 모호하다면 괄호 안에 한자어를 같이 써주면 되겠지요. 그런 경우는 흔하지도 않지만. 또 사선(슬래시, slash, /)을 이용해서 줄임말을 쓰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네트워크라고 쓰면 명확한데 "S/W", "H/W", "N/W"라고 이상한 단어를 씀으로써 의사 소통을 애매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런 잘못된 습관이 다른 단어와 구문에까지 일반화되어 영어로 "팔로우 업(follow up)"을 쓰고 싶은 자리에 "F/up"이라는 정말 희한한 표기법이 나왔겠지요.

자, 이제부터는 "e러닝"이라는 이상한 단어 대신에 "이러닝"이라는 올바른 단어를 사용합시다.

2007-02-12

파리와 파타야 여행

여기는 태국의 파타야입니다. 아마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겠지요. 프랑스 파리에서 다른 모임을 마치고 오늘 태국에 도착했습니다. 파리에선 사실 호텔과 회사밖에 안 가봤기 때문에 파리에 가봤다고 하기는 참 거시기하게 되었습니다. 뭐 원래 개인적으론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현지인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아주 나쁘진 않았습니다. 며칠간 하루 죙~일 원없이 떠들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좀 재미있었는데 나중에는 이제 좀 편하고 느긋하게 우리말을 쓰고 싶더군요. 영어를 쓰려면 아주 편한 자리에서도 계속 귀를 쫑긋 세우고 상대방이 무슨 말 하는지 들어야 하니까요. 어쨌든 파리에서의 마지막날 저녁에 호텔 일정이 맞는 포르투갈 직원 두 사람과 각각의 배우자까지 해서 네 사람과 저녁을 먹었는데 그 사람들이 한국 사람과 이렇게 오랫동안 잡담을 하면서 편하게 저녁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매우 좋아하더군요. 저녁은 프랑스 식당에서 8시 반에 주문을 했는데 주문하고 나서 음식 나오는데 한 시간 걸리고, 밥 먹는데는 한 30분, 그리고 계산서를 각자 계산서로 끊어달라고 했더니 종업원이 계산서를 발행할 줄 몰라, 여기저기 물어보고 최종 계산서 나와서 서명하기까지 무려 한 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11시 반에 저녁 식사를 마쳤는데 종업원이 미안하다는 말은 한 마디도 안 하더군요. 프랑스 사람들 또는 유럽 사람들은 그런 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태국에서는 며칠 전까지 러닝센터에서 근무하셨던 주재원이 점심과 저녁을 근사하게 대접해주어서 아주 즐거운 일요일 하루를 보냈습니다. 프랑스 음식은 기대했던 것보다 별로였습니다. 아무리 봐도 한국 음식만큼 건강식도 아닌 것 같고. 그런데 태국 음식은 한국 사람 입맛에 착 달라붙을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음식 이름은 모르겠고, 한국식으로 치면 일종의 샤브샤브 비슷한 것인데 아주 담백하고 소스도 한국의 된장, 쌈장과 매우 비슷합니다. 파타야의 날씨도 지금이 제일 좋은 때라고 하는군요. 주재원이 계신 곳은 바닷가에 있는 한 콘도인데 콘도 바로 앞으로 수영장과 콘도 사람들만을 위한 멋진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습니다. 서양 사람들이 참 많은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축 늘어져서 책 보는 사람, 자는 사람 등 한가하게 일요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참 부럽더군요. 내일부터는 아침부터 또 강행군입니다. 동남 아시아에서는 유럽에서보다 저에게 더 많은 시간이 할당되어 있어서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서는군요. 그럼 인터넷 접속 요금을 아끼기 위해 오늘은 이제 그만...

2007-01-23

한국 웹 접근성 그룹 KWAG 모임 후기

지난 토요일 다음 커머스 회의실에서 한국 웹 접근성 그룹, KWAG의 6번째 모임을 가졌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빼놓고 그동안 주욱~ 게으름 피우다가 오랜만에 게으른 몸을 이끌고 모임에 나갔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개인의 관심과 흥미, 그리고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이런 모임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항상 놀랍습니다. 회사에서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학습하고 지식을 공유하게 할 것인지 한참 고민하는데, 이런 류의 모임에서 많은 시사점을 얻습니다.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웹의 기본 정신에 공감하고 어떻게든 그것을 현실에서 구현하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게다가 메이저 업체라고 할 수 있는 다음, 네이버, 야후, KT 등에서도 개발자와 디자이너 분들이 참여하셔서 이제 큰 업체들도 움직이기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였습니다. 한국 정보문화 진흥원의 현준호님이 오셔서 한국의 접근성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는데 드디어 블로그를 만드셨더군요. 축하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가 가장 늦게 와서 맨 뒷자리에 앉았었는데, 뒤에서 보니 맥북을 쓰시는 분들이 정말 많더군요. 웹 표준이나 웹 접근성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맥을 쓰시는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현준호님이 W3C 발표장에 가면 자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맥을 쓴다고 전하시던데... 소수자인 맥 사용자가 우리 나라 인터넷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우리 나라 웹이 좋아진다면 아주 좋겠죠. 제 생각엔 그러려면 맥이 지금보다 훨씬 시장 점유율이 높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세상에는 윈도우즈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사람들도 지금보다 훨씬 보편적인 방식의 웹을 제작하는 데에 신경을 많이 쓰겠지요.


본 모임이 끝나고 별도의 평가 TF 모임에 처음 참석하였습니다. 열띤 토론을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온라인에서 가끔씩 글은 보았지만 얼굴은 잘 익숙하지 않았던 윤좌진님, 김요한님, 홍윤표님, 신현석님, 조훈님, 조현진님, 정찬명님이 많은 고생을 하셔서 이미 진행이 많이 되었더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 공개되지 않은(?) 또 하나의 모임에 갔습니다. 웹 표준 관련 책을 하나 번역해서 내기 위해 몇몇 사람이 일을 하다가 1차 마무리가 되는 시점에서 한 번 모인 것이었습니다. 그곳에서 편집자(?) 한 분과 웹 표준, 웹 접근성 관련해서 비참한 우리 나라의 현실에 대해 술자리에서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리 걸친 게 너무 많아 몇 개는 좀 털어내고 싶은 욕구가 항상 따라다니는데, 지난 토요일은 그런 생각을 잠시 잊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2007-01-21

아웃룩 2007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버리다니...

오늘 좀 쇼킹한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새로 출시되는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Microsoft Outlook) 2007 버전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를 HTML 렌더링 엔진으로 쓰지 않고, 대신 워드(Word) 2007을 사용한다고 한다. 몰리(Molly)에 따르면, HTML 형식의 이메일을 작성할 때와 읽을 때 같은 엔진을 사용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일관성을 주려는 목적으로 그런 짓을 한 것 같다. 당연히 예상되었겠지만 워드 2007의 렌더링 엔진은 매우 조악하다고 한다. 특히나 CSS의 float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하니, CSS 포지셔닝 기능을 이용해 HTML 형식의 이메일을 보내던 많은 기업 이메일 발송자들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사이트 포인트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시끄럽고, 캠페인 모니터 블로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메일 디자인을 5년은 후퇴시켰다고 비난하고 있다.


사실 불필요하게 HTML 이메일을 남용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특히나 우리 나라 기업들이 보내는 수많은 엽기적인 HTML 이메일은 아무런 대체 수단 없이 통째로 하나의 이미지로 되어 있다. 오페라(Opera)에 내장된 이메일 클라이언트에서는 그래서 HTML 이메일 작성 자체를 지원하지 않는다. 물론 읽는 것은 지원하지만. 그러나 걱정이다. 이메일 클라이언트로서 아웃룩의 시장 점유율이 세계적으로 70%가 넘는다고 하는데, (아마 우리 나라에서는 90%가 훨씬 넘지 않을까) 그러면 이메일을 보내는 기업으로서는 수신자의 프로그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CSS 포지셔닝을 사용하지 않고 무조건 테이블 기반의 디자인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많은 생각 없는 디자이너들이 선호하는 통짜의 그래픽 이미지로 메일을 보내는 사례가 늘어나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개인적으로야 뭐 HTML 메일을 보낼 일은 거의 없지만, HTML 메일로만 캠페인을 하는 많은 사업자들은 아마 상당히 난감할 것 같다. 물론 약삭빠른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자기들 렌더링 엔진에 맞도록 작성자가 HTML을 썼는지 검사하는 프로그램을 무슨 정말 표준 검사 도구인 것처럼 내놓고 있다.


안 그래도 우리 회사에서 아웃룩 쓰는 사람들이 자꾸 RTF(Rich Text Format, 워드에서 사용하는 포맷)로 메일을 보내는 통에 첨부 파일이 winmail.dat로 읽지 못하게 와서 매번 다시 보내달라고 하는 법석을 떨고 있다. 이게 독점의 폐해가 아닌가 싶다. 아웃룩이라는 고유 명사는 알지만 메일 클라이언트라는 단어는 모르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라는 단어는 알지만 브라우저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들로 꽉찬 곳에서 독점 소프트웨어의 의사 결정은 시장 전체와 다른 제품 사용자, 기존에 합의된 표준 등 여러 곳에 매우 큰 파급 효과를 미친다. 무서운 것은 그런 독점 사업자가 독점 제품을 통해 자신들의 이상한 방식을 모두에게 강요함으로써 기술 발전을 후퇴시키거나 정체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07-01-08

한국 웹 접근성 그룹 웹 사이트

드디어 Hooney님이 일을 저질렀군요. 한국 웹 접근성 그룹 웹 사이트를 여셨습니다. 웹 접근성과 웹 표준을 잘 지키고, 디자인도 멋지고, 위키 기반으로 되어있어서 사람들이 참여하기도 편하고, 내용도 여러 사람들이 참여해서 계속 보강해나간다면 아주 멋진 사이트가 될 것 같습니다. 처음엔 그냥 재미로 시작하는 모임이었는데 이제 책임감이 어느 정도 따르는,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 웹 접근성 관련해서 유일한 스터디, 활동 모임이 되었군요. Hooney님! 정말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