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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7

Every problem is an opportunity in disguise는 무슨 뜻일까

구름 사이의 햇빛
Every problem is an opportunity in disguise.

이 말은 미국의 두 번째 대통령이었던 존 아담스(John Adams)가 한 말이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말로 헨리 카이저(Henry Kaiser)가 한 말이 있다.

Problems are only opportunities in work clothes.

어떤 비디오를 보다가 강사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는데, 앞뒤 맥락을 고려하면 문제를 피하지 말고 기회로 여겨라. 그리고 문제를 피하는 것보다는 그것을 뚫고 나가는 것이 훨씬 현명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이다는 대략 이런 뉘앙스인 것 같은데, 그래도 왜 in disguise이고, 왜 in work clothes인지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몇 가지 구글링을 해보니, something in disguise는 말 그대로 뭐가 가면 뒤에 숨은 상태라는 뜻이다. 위키셔너리 사전에 예시로 나온 숙어는 blessing in disguise, 즉 축복이 가면 뒤에 숨었다라는 뜻인데, 결국은 겉으로 보기에는 불행 같지만, 사실 가면 뒤에 커다란 축복, 또는 큰 행운, 좋은 것이 숨겨져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다음 사전에는 불행해보이지만 사실은 행복한 것이라고 해석이 되어 있다. 또 어떤 곳에는 전화위복, 새옹지마라고 해석이 되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 조금 이해가 된다.


Every problem is an opportunity in disguise. 즉, 모든 문제는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이고, 골치거리이지만, 알고 보면 가면 뒤에 기회가 있다. 즉, 문제를 피하려고 하지 말고, 숨어있는 도전 기회를 찾으라는 뜻이 숨어 있다.


여기까지는 알겠는데, 두 번째 인용문에서는 in disguise 대신에 작업복, 즉 in work clothes라는 표현을 썼다. 아마도 비슷한 뜻일 것 같긴 한데 왜 하필이면 작업복일까가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또 검색을 해보니 쿼라(Quora)에 상당히 그럴듯한 답변이 올라온 게 있었다. 답변자의 해석에 따르면, 작업복은 일할 때 입는 옷 또는 회사에서 입는 정장 옷인데, 일반적으로 그 옷을 입은 상태에서 편안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작업복을 입은 상태에서는 계속 일을 해야 하고, 일이 끝나면 우리는 더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싶어한다. 다시 말해서, 작업복은 불편함을 비유적으로 나타냈다고 봐야 한다.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일단 불편함을 느끼고, 불편함은 일단 피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문제는 불편함 뒤에 숨은 기회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편안한 영역(comfort zone)으로 가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문제가 생기면 그것이 불편하게 보이고, 피하고 싶은 것이더라도 그 안에 숨어있는 기회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2008-01-27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부터

2MB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내놓는 정책들이 갈수록 가관이다. 특수목적고와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를 더 많이 세우게 되면, 초등학교부터 특목고에 들어가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사교육이 늘어나고, 그런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녀들을 일찌감치 경쟁의 뒷그늘에 방치한다는 좌절에 빠질 것이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대입 자율화를 명분으로 수능 등급제와 내신을 무력화시켜 그나마 공교육의 최소한의 존재 의미와 과도한 입시 경쟁의 견제 장치를 아예 없애버리고 있다. 그러더니 이제 2010년부터는 "영어 교육만 국가가 책임지고 해 줘도 (학부모들이) 가슴 펴고 살 것이다."라며 고교 영어 수업을 영어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영어 몰입 교육안은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과 효과성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더 큰 문제는 왜 정부가 이 시점에서 영어 교육을 못 시켜 안달이냐는 것이다. 영어 하나에만 수천억원을 쏟아부을 정도로 그것이 그렇게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였는가?


2MB의 영어 교육 강화 방안은 대기업과 재벌에게 모든 "규제를 풀어" 무한 자유를 주고, 농민들은 "떼쓰지 말고", 노동자들은 "자원봉사"하는 마음으로 죽도록 일만 하게 하여, "경제를 살리겠다"라는 그의 단순하고 맹목적인 구호의 연장선에 있다. 그가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말에 신뢰가 가지 않는 것도 그 이유다. 그는 영어가 아직 우리 사회의 주요 출세 수단, 경쟁 도구로서 원하는 만큼의 큰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온 사회를 영어 광풍에 몰아넣어 모든 사람들이 죽기로 영어에 매달리게 하고 싶은 거다. 그게 바로 그가 꿈꾸는 "자율적인" 무한 경쟁 사회이니까. 그런 경쟁 사회에서 제일의 생존 도구로 떠오른 영어는 많은 사람들의 꿈속에 나타나며 괴롭게 할 것이다. 학생과 교사들은 요구하는 영어 수업을 못 따라가면 학원으로 학원으로 몰릴 것이고 결국 청소년기에 성장하면서 습득해야 하는 올바른 가치관과 인성 형성 교육은 뒷전으로 밀릴 것이다.


영어를 왜 배우는가? 우리 나라 영어 교육의 큰 문제점은, 영어를 왜 배우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고 무조건 조금이라도 일찍, 조금이라도 더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생을 살아가는데 지금처럼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배운 영어를 쓸 일이 얼마나 될까? 그 시간에 수학, 과학, 철학, 문학, 예술을 공부했으면 우리 나라의 과학 기술과 문화 예술이 더 성숙해있지 않을까? 모든 대한민국 사람이 죽기살기로 매달려 다 영어를 잘 해야만 하는 것일까? 우리는 왜 영어를 배우는가? 혹시 우리보다 잘나 보이는 "미국"이나 다른 영어권 서구 국가들을 닮고 싶어서는 아닐까? 그것이 한참 잘못된 것이다.


내가 영어를 공부하는 목적은, 서로 다른 전통과 문화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다양한 사람들이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세계에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기 위해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보통은 중간 언어인 영어를 많이 사용한다. 이렇게 세상에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를 수도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우리말과 우리 문화가 소중한 만큼 그들의 말과 문화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 영어는 하나의 도구이다. 이것이 진정한 세계화 교육이다. 우선 우리의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런 정체성을 바탕으로 세계 문화의 다양성을 배척하지 않고 이해함으로써 우리 문화의 지평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넓히는 것. 맹목적으로 현재 영어를 못하니까, 또는 미국 사람들이 쓰는 것이니까 국가가 "올인"해서라도 모든 사람을 미국 사람처럼 만들겠다는 발상에 동의할 수 없다.


2MB의 영어 교육 방안은 한 특목고 교장이 자기 학교 선전용으로 내놓을 만한 것이지 결코 국가의 교육 정책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내놓을 만한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공교육은 맹목적으로 "영어 못하니까 국가가 나서서 영어 교육 시켜주면 되겠네!"식의 단순한 성장 처방이 아니다. 보다 성숙한 국가로 가기 위해 할 일이 얼마나 만을텐데, 20세기 초에나 나올법한 "대운하"를 파자고 하질 않나, 갑자기 고등학생들 영어 회화 잘 하게 해주겠다고 하질 않나, 정말 한숨만 나온다.

2008-01-02

송구영신의 영어 표현들

새밑이 되고 새해가 되면서 교육방송 영어 프로그램에서 새해와 관련된 표현들이 참 많이 나왔다. 그 중에 몇 가지 건진 것을 정리해보았다.



new year's resolution(s)

이건 뭐 새삼 말할 필요도 없는 새해의 결심, 다짐 이런 뜻이다. 보통은 resolution을 복수로 쓰는 것 같다. 동사를 넣고 싶을 때에는 make a resolution이라는 표현을 쓴다. 때가 때인지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new year's resolutions라는 제목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take the plunge

새해를 맞아 사람들이 결심을 하면서 과감히 무슨 일을 하겠다고 할 때에 쓸 수 있는 표현이다. 콜린스 사전에 나온 예문은 다음과 같다. If you have been thinking about buying shares, now could be the time to take the plunge.

Ring out the old, ring in the new

낡은 것은 종소리와 함께 흘려보내고 새로운 것은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참 재미있는 표현이다. 우리말의 송구영신(送舊迎新) 정도에 대응한다고 보면 되겠다. Ring out the false, ring in the true.도 비슷하게 쓰이는 것 같다.

when the ball drops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사람들이 보신각종 앞에 몰려들듯이 미국에서는 뉴욕의 타임스퀘어에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거기에서 나온 표현이다. 10, 9, 8, 7,...과 같이 숫자를 세며 새해가 되는 순간 공이 떨어지는 것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표현은 "새해가 되면"이라는 뜻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where the ball drops라고 하는 말도 있다.

지난 일은 훌훌 털어버려!

이것을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라디오에서 외국인들도 각기 다른 표현들을 내놓았다.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표현은 Let bygones be bygones! 과거는 과거로 남겨두라는 말이다. That story is history. 이것도 참 인상적인 표현이다. 그 밖에도, It's all water under the bridge.I'm over that.도 기억해둘만 하다. 그런데 청취자들의 투표에서 승리한 것은 다름이 아닌, Shake it off, shake it off.였다. 부르르 떨면서 다 털어버리라는 말인데 방송에서 얼마나 재미있게 설명했는지 듣다가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


1월 2일 추가: 오늘 회사에 있는 외국 직원에게 물어보니, Like water off a duck's back이라는 표현을 알려주었다. 오리 날개에 있는 물기는 한 번 날개짓하면 다 없어져버리는 것이니, 용기를 내어 날개짓을 하라는 뜻인 것 같다.

2007-03-20

'ㅔ' 발음과 'ㅣ' 발음

우리 나라 말에서 급격하게 차이가 희미해지고 있는 발음이 'ㅐ'와 'ㅔ'이다. 사실 'ㅐ'와 'ㅔ'를 틀리게 발음하는 것은 그렇게 치명적이지 않다. 그것을 듣고 구별하는 것도 매우 어렵고, 또 정확하게 발음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음성 언어로 구분이 안 되니 문자로 기록할 때에도 'ㅐ'와 'ㅔ'를 바꿔서 쓰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런데 오늘 느낀 것은 재미있게도 영어의 '엑스' 발음이나 '에' 발음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익스'나 '이' 발음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represent'라는 영어 단어는 '레프리젠트'로 발음해야 하고 'representation'도 '레프리젠테이션'으로 발음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프리젠테이션'으로 발음한다. 거꾸로 'ㅣ'를 써야 하는데 'ㅔ'를 쓰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리포트'를 '레포트'라고 발음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듣기에 별 거북함이 없다. 왜냐하면 한국어를 말하는 맥락에서는 충분히 한국화된 발음을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예전에 어떤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database'라는 영어 단어를 한국어 맥락에서도 '데이러베이스'라고 말하는 것이 어찌나 어색하게 들렸던가. 그런 맥락에서는 그냥 '데이타베이스'라고 하는 것이 훨씬 듣기가 좋다. 재미있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이라는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말하는 상황에서도 'excel'을 '익셀'이라고 하지 않고 '엑셀'이라고 잘못 발음한다는 것이다.

요즘 뼈저리게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발음은 영어나 외국어를 공부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덜 중요하다는 것. 즉, 억양(액센트)에 너무 목매달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보통의 경우 한국 사람은 한국식, 이탈리아 사람은 이탈리아식, 중국 사람은 중국식, 필리핀 사람은 필리핀식, 인도네시아 사람은 인도네시아식 억양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 사람들에게 미국식 또는 영국식 억양을 쓰지 않는다고 영어를 못한다고 할 수는 절대 없다. 그러나 정확한 강세(stress)와 모음 발음은 여전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빠른 말을 들을 때에는 종종 강세와 모음만 대충 들어도 의미 파악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냥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근거는 없다. 어떤 언어 심리학자가 이런 것들을 검증하기 위해 매우 복잡한 실험을 했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다음 단어들에 나온 'e' 모음이 'ㅔ'인지 'ㅣ'인지 한 번 확인해보자.


  • represent (레프리젠트)

  • representation (레프리젠테이션)

  • report (리포트)

  • execute (엑시큐트)

  • executable (엑시큐터블)

  • excel (익셀)

  • excellence (엑설런스)

  • expert (엑스퍼트)

  • reference (레퍼런스)

  • refer (리퍼)

  • resume (리쥼)

  • export (익스포트)

  • explanation (엑스플러네이션)

  • explain (익스플레인)

  • designate (데지그네이트)

  • prefer (프리퍼)

  • preference (프레퍼런스)

2006-08-15

영어 듣기와 주의 집중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EBS 라디오를 틀어놓고 귀가 트이는 영어, 조오제의 토익 리스닝, 이보영의 포켓 잉글리시 등을 듣는다. 그러나 그렇게 듣는 것들은 모두 면도하면서, 샤워하면서, 옷 입으면서 흘려듣는 것들이므로 사실 건지는 것은 많지 않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그 많은 영어들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말들은 귀에 쏙쏙 잘 들어오는데 영어는 아주 집중하지 않으면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복이 중요하다고 해서 주말에 재방송을 들어봐도 (그 때에도 딴 짓하면서 건성으로 듣는 편이라) 역시 한국말 해설은 두 번 반복하니 완전히 외우겠는데 외국어는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

오늘 해외에서 온 교육생들과 식사를 같이 하였다. 식사하는 도중에 CNN 뉴스가 나왔다. 나는 아주 주의집중해서 귀를 쫑긋 세우고 밥먹던 것을 잊고 들으면 겨우 몇 퍼센트 건질 수 있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밥 먹으면서 한 눈으로 힐끗힐끗 보고, 밥도 맛있게 먹으면서, 때로는 나와 잡담도 하면서 뉴스를 본 것 같던데 뉴스에서 방금 뭐라고 했냐고 물어보니까,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예전에 회사에서 그 회사 사장님이 영어에 한이 맺힌 이야기를 종종 하셨다. 그러면서 자기는 나이도 아주 많지만 아직도 영어 테이프를 잠잘 때에 틀어놓고 잔다는 것이다. 그러면 무의식중에 뭔가 머리 속에 들어가지 않겠냐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아침에 샤워하면서 듣는 영어, 밤에 잠잘 때 틀어놓는 영어, 낮에 길거리에서 딴생각 잔뜩 하면서 듣는 영어, 극성스러운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영어에 질리게 만들도록 항상 틀어놓는 영어 TV 방송, 이런 것들이 영어 듣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아침에 나오는 토익 방송 중에 간혹가다 문제는 건성으로 듣다가 답은 또렷이 들리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답은 알쏭달쏭한데 알고 보면 정말 쉬운 문제였다. 그런데 왜 들리지 않았을까? 그것은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지 않는 우리들에게는 주의 집중해서 영어를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제1언어에 비해 외국어를 이해하려면 훨씬 많은 자원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의를 주지 않고 흘려서 듣는 영어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특히 언어 발달의 결정적 시기가 훨씬 지난 성인들에게 말이다. 심리학적으로 실험해봐야 할 재미있는 주제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거의 효과가 없거나 또는 부정적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추측한다. 아직 주의를 주지 않고 자동적으로 처리하기에는 너무나 먼 외국어 듣기 영역에서 주의를 주지 않고 흘려듣기 시작하면, 외국어는 일반 잡음, 배경 소리로 처리하는 기제가 점점 발달하지는 않을까?

외국에 살다 온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하는 이유는, 생활 속에서 대화를 하려면 (그것은 생존에 필요하므로) 자연스럽게 주의를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 기회가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처음 운전을 하는 사람은 주변에서 말을 시키거나 라디오를 틀어놓기만 해도 운전에 방해가 된다고 느끼며, 온 힘을 운전대에 집중해 꽉 쥐다보면 손에 땀이 나기도 하고 나중에 손바닥이 얼얼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주의를 다 쏟아서 한 가지 과제를 반복하게 되면, 나중에는 점점 더 적은 주의를 쏟더라도 자동화되어 그 과제를 잘 할 수 있게 된다. 영어도 그런 것 같다. 그러니 주의를 쏟지 않고 그냥 틀어놓으면 잘 들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너무 순진한 희망 사항이 아닐까?

그래도 설마 부정적인 효과가 있겠어? 1%라도 뭔가 도움이 되겠지! 하면서 내일도 나는 똑같은 행동을 할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