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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0

이러닝? e러닝?

기술의 발달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많은 기술들이 서양 문화권(특히 영어 문화권)에서 들여오다 보니 외래어와 외국어 단어 수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단어들을 (북한처럼) 일일이 우리말로 바꾸면서도 그 뜻을 잘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렇게 하기에는 어휘가 발달, 변천해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체 가능한 우리말이 확실하게 있다면 대체 가능한 우리말을 되도록 쓰는 것이 좋겠지요. 그것은 단순히 수세적으로 우리말을 지키자는 의미에서라기보단, 영어가 우리의 주류 언어가 되어버리고 우리말 단어가 씨가 말라서 그것이 오히려 문화의 다양성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입니다. 다시 말해, 영어의 어휘가 풍부해져서 우리의 삶이 풍부해지는만큼 우리말의 어휘도 풍부해지고, 다양한 사상과 새로운 기술을 표현할 수 있도록 풍성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영어 단어가 많아지면서 그것을 한국어로 바르게 쓰는 일도 중요한 일입니다. 얼마 전에 모 건설 회사에서 e 편한 세상이라는 문구를 사용하면서 e라는 영어 알파벳을 중의적으로 쓰는 일이 참 많아졌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소위 말하는 온라인 학습 즉, 이러닝(e-learning)이라는 것인데, 이것을 정부 부처 일부에서 e러닝으로 쓰고 있습니다. 우리말 문장을 쓸 때에는 모든 단어를 우리말을 표기하는 한글로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즉 여러 문자를 한 문장에 섞어쓰지 않습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제대로 된) 신문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만났다.가 맞지 노무현 대통령이 Bush 대통령을 만났다.라고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표기하기에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영어 알파벳 한 자 한 자를 발음해야 하는 약자로 이루어진 단어입니다. UCC 열풍이 불고 있다. 이렇게 쓰는 것과 유씨씨 열풍이 불고 있다. 이렇게 쓰는 것과 어떤 것이 맞는 것일까요? 이런 경우도 원칙은 뒤의 문장이 맞지만 편의상 대부분의 신문에서 앞의 문장처럼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경우는 통상적으로 첫 번째 문장처럼 쓰는 것이 이미 굳어진 관행이 된 것 같습니다. 이것까지 꼭 유씨씨라고 써야 한다고 우기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럼 이런 경우는 뭐가 맞을까요? LG전자엘지전자? 제 생각엔 당연히 후자가 맞습니다. (칼 맞을 소리인지도 모르겠지만) 불행히도 우리 회사는 이런 혼란을 일찌감치 초래하고 우리말의 오염에 일조한 회사 중에 하나입니다. 에스케이 텔레콤, 케이티에프, 케이티엔지, 케이티엑스 등도 모두 마찬가지이지요. 자,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러닝인지 e러닝인지는 명확합니다. 이러닝은 국어 사전에 올라갈 수 있는 단어이지만, e러닝은 국어 사전에도 올릴 수 없고 영어 사전에도 올릴 수 없는 엉터리 단어입니다. 한 문장에서 표기 언어 문자 코드를 바꾸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데 심지어 한 단어 내에서 표기 언어 문자를 막 바꾸려는 시도는 정말 잘못된 것입니다. 처음 e 편한 세상을 사용했던 건설 회사가 원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전에도 비슷한 예가 있었을 수도 있지요),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업적인 광고 목적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해 사용한 것입니다. 이런 엉터리 표기법을 공공 기관이나 정부에서 공식적인 용어에도, 그것도 한 단어 내에서 두 개의 표기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차라리 용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 이러닝(e-learning) 이렇게 처음에는 써주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더욱 가관인 것도 있습니다. 아래 항목 等에 대해 F/up 바랍니다. 이런 문장을 접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하고 싶은 말은 아래 항목들에 대해 조사해보시기 바랍니다. 정도였겠지요. 영어 알파벳과 마찬가지로 한자를 한글 속에 섞어쓰는 것도 옳지 않은 방법입니다. 쓸데없는, 그리고 잘못된 "코드 스위칭(code switching)"입니다. 한글로만 적었을 때 정말로 의미가 모호하다면 괄호 안에 한자어를 같이 써주면 되겠지요. 그런 경우는 흔하지도 않지만. 또 사선(슬래시, slash, /)을 이용해서 줄임말을 쓰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네트워크라고 쓰면 명확한데 "S/W", "H/W", "N/W"라고 이상한 단어를 씀으로써 의사 소통을 애매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런 잘못된 습관이 다른 단어와 구문에까지 일반화되어 영어로 "팔로우 업(follow up)"을 쓰고 싶은 자리에 "F/up"이라는 정말 희한한 표기법이 나왔겠지요.

자, 이제부터는 "e러닝"이라는 이상한 단어 대신에 "이러닝"이라는 올바른 단어를 사용합시다.

2006-08-22

김용옥의 강좌에서 건진 두 가지

별 생각 없이 교육방송을 틀어보았다. 김용옥 선생의 논술 강의가 있었다. 특유의 입담으로 텔레비젼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서 끝날 때까지 보게 되었는데, 두 가지 배운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우리가 외래어를 쓸 때에 한글과 외국 문자를 그냥 섞어서 쓰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Beethoven의 교향곡'이라고 쓸 것이 아니라 '베토벤의 교향곡' 또는 '베토벤(Beethoven)의 교향곡'이라고 써야 한다.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보고서 쓸 때 내가 정말 싫어하는 단어가 '추진(案)'이라고 쓰거나 '감독下에 진행中에 있음.' 과 같이 불필요하게 한자를 한글과 섞어서 표기하는 것이다. 한자어 대신에 우리말 단어를 찾아 쓰자는 것이 아니라 한자어를 표기할 때에 굳이 한글에 한자어를 섞어쓰는 것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대표적인 마크업 언어인 에이치티엠엘(HTML)에도 언어가 바뀌면 반드시 언어를 표시하도록 되어있다. 예를 들면,

<p lang="ko">
<span lang="en">remote control</span>을 줄여서
영어에서는 <span lang="en">remote</span>라고 하지만
리모컨이라고 줄여 쓰는 경우는 없다.</p>

이와 같이 언어 독해의 모드(mode)가 바뀌면 원칙적으로 한 단어이든, 문장이든, 단락이든, 아니면 통째로 파일 전체이든 해당 언어를 표시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스크린 리더(screen reader)나 검색 엔진과 같은 기계가 문서를 정확히 분류하고 해독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한국어와 영어는 완전히 문자가 달라서 보통 국내의 스크린 리더에서 알파벳으로 표기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읽지 못하는 경우는 없지만, 표기 문자가 많이 겹치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섞어 쓰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한자를 썼을 때에도 그것이 한국식으로 발음해야 하는지, 일본어식으로 발음해야 하는지, 중국어식으로 발음해야 하는지 컴퓨터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오늘의 결론은 되도록이면 한글로 글을 쓸 때에는 아주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글이 아닌 다른 문자(한자나 영어)를 섞어서 쓰지 말자는 것이다. 그것은 보기 싫기도 하고, 한자나 알파벳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글을 읽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영어 문화권에서도 글을 쓸 때에 다른 문자 표기를 섞어 쓰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한다. 글쓰기의 아주 중요한 원칙을 배웠다.

또 하나는 되도록 순 우리말을 써야 한다는 순화주의자들의 주장을 꼭 따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언어는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에 순 우리말이라는 것이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널리 쓰이는 한자어가 있는데 억지로 말이 안 되는 우리말 단어를 만들어 쓰는 것에 대해서도 웃기는 일이라고 지적하였다. 예로 든 것이, 먹거리라는 단어였다. 원래 우리 말 어법대로 하면 동사가 명사를 꾸미려면 관형어 형태로 먹을 거리가 되어야 하는데 어법에도 맞지 않게 먹거리라는 단어를 억지로 만들어 이것이 음식이라는 한자어보다 더 좋은 우리말인 것으로 퍼뜨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가끔씩 새로운 우리말 단어를 알게 되면 그 아름다움에 반해 꼭 쓰고싶어지다가도 실제 더 많이 쓰이는 한자어나 외래어가 일상화되어서 사실 생활에서 활용을 못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제 그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