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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9

입력 가능한 양식이 있는 문서

한글로 된 결석계 양식
한글로 작성된 결석계 양식

아이가 학교에 아파서 결석한 경우, 결석계를 낸 적이 있습니다. 아래아한글로 된 문서 양식 중간에는 체크상자(□)등도 있고, 날짜를 넣는 곳도 있는데, 한글에서 작성하려면 좀 짜증이 납니다. 빈 체크상자(□)는 선택된 체크상자(☑ 또는 ☒, 또는 ■)로 교체해주어야 하고, "0000년 00월 00일" 또는 "000-0000-0000"와 같은 자리 표시자(placeholder)는 지웠다가 다시 밀고, 당기고 하면서 값을 입력해야 합니다. 

구글 설문지, 마이크로소프트 폼, 네이버 설문, 잣폼(Jotform), 또는 직접 작성한 온라인 입력 양식을 쓰면 좋을 것 같기도 한데, 온라인 설문을 쓰기가 좀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입력 가능한 양식이 있는 PDF 문서
입력 양식이 있는 PDF 문서의 예

양식 제출자와 양식 수집자가 동일한 형태의 문서를 보관해야 하는 경우, 양식 작성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작성자가 어느 정도 작성하고 최종본을 다듬어서 제출하는 경우 등에는 PDF나 워드프로세서 문서로 제출하는 방식을 쓰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쓰는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에 따라 대부분 자체적으로 입력 양식(fillable form)을 넣을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입력 양식을 넣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앞으로 여러 개의 글로 나누어 알아보려고 합니다.

위의 방법들은 완전 무료 또는 거의 무료(아래아한글과 같은 일부 상용 소프트웨어를 쓰는 경우, 또는 상당히 관대한 무료 플랜이 있는 서비스를 활용)인 도구를 활용할 예정입니다. 그냥 상용 소프트웨어인 어도비 애크로밧 프로(Adobe Acrobat Pro)를 쓰면 상당히 쉽게 입력 가능한 양식이 있는 PDF 문서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그래도 트라이얼이 아닌 진짜 무료 서비스, 무료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입력 양식을 만드는 법을 알아보겠습니다.

2022-10-11

청산에 살리라 - 이현철

Avenue, Trees, Path

며칠간, 또는 몇 주간 뇌리를 떠나지 않는 멜로디가 있다. 요즘에 나를 붙잡는 선율은 바로 이현철 작곡가의 "청산에 살리라"이다. 청산에 살리라는 원래 김연준 작곡가의 고전적인 곡이 훨씬 널리 알려져 있다. 그 곡도 명곡이지만,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나면서도, 내 마음 푸르러 변하지 않는 청산에 머무르고 싶은 감성을 7도와 9도 화성을 넣어 현대적인 합창으로 표현한 이현철의 청산에 살리라도 아름다운 곡이다. 이런 아름다운 곡들은 작업을 할 때 상당히 부담이 된다. 기계로 표현을 하면서 곡의 느낌을 망쳐버리기 일쑤이니까. 그래서 한 음 한 음 세세하게 터치를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부족하지만, 그 결과물을 유튜브에 숲 사진 한 장과 함께 올려보았다.


이 영상에 사용된 악보는 물론 Musescore.com에 있다.

2022-09-24

가을에는 브람스? Minnelied

Minnelied 가사를 입력해 AI가 생성한 이미지 1

Minnelied의 가사를 입력해 AI가 생성한 이미지 2

봄 햇살에 빛나는 노란 꽃


가을에 잘 어울리는 작곡가로 많은 사람들이 브람스를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일순위 작곡가는 아니다. 쇼팽처럼 낭만적이면서도 기교적이고 시적인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의 눈으로 브람스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였을 지도 모른다. 또,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에게도 브람스는 달콤하고 귀에 착 달라붙는 음악을 선사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인가? 가을의 쓸쓸함과 고독, 그러나 청승맞지 않은 원숙함과 흑백 사진같은 담백함과 깊이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음악이 생각났다. 

브람스의 가곡 작품번호 71(op.71)에 5개의 가곡이 있다. 슈베르트나 슈만의 노래처럼 대중적으로 유명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중에 잘 알려진 곡으로 5번(no.5) 사랑 노래인 Minnelied가 있다. 이 곡을 뮤즈스코어로 담아 보았다.  클래식 곡들은 악보를 그대로 담으면 아주 기계적이고, 건조한 깽깽이 소리가 난다. 그런 기계적인 느낌을 최대한 제거하고, 사람이 연주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조정을 정말 많이 했다. 

담백하지만, 원숙한 브람스의 가곡을 첼로와 피아노에 담았다. 


2021-07-03

한국 가곡 마중 악보 작업

한국 민속촌의 저녁 등불. 등불을 켜놓고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


KBS 클래식 FM의 정다운 가곡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즐겨 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서양의 예술 가곡처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한국적인 느림, 기다림, 슬픔, 사랑, 인내가 느껴지는 곡들을 하나씩 들으면서 밤 시간의 적막함을 달래었었다. 

예술 가곡은 노래, 가사와 피아노 반주가 모두 중요하다. 그 당시 한국 가곡들을 들으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슈베르트, 슈만의 서양의 가곡들과 비교해보면, 한국 가곡은 피아노 반주가 덜 세련되보이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많은 한국 가곡 레코딩들이 피아노의 담백한 반주를 풍성해보이는 오케스트라 반주로 편곡해서 들려준다. 그래도 예술 가곡의 아름다움은 피아노 반주가 잘 살려주었을 때 완성된다. 김동진, 김규환, 김성태, 조두남, 이수인, 이흥렬, 김순애, 김동환 등의 1세대 가곡들은 한국적인 정서가 잘 녹아있지만,  현대적인 시각으로 보면, 피아노 반주와 화성이 1% 아쉽게 느껴진다. 또, 80년대의 한국 영화를 보는 것같이 옛날 느낌이 묻어난다. 한편으로 너무 현대적인 불협화음과 반음계, 무조적인 특징을 너무 강하게 드러내면, 일반 대중들이 즐기기에는 좀 난해해진다. 

반면에 최근에 나온 김효근, 윤학준, 최진 등의 현대 작곡가들은 아마 이런 점을 간파했나보다. 놓치지 않는 한국적인 기다림과 그리움이 살아있으면서도, 약간의 대중성을 더한 7화음, 9화음, 11화음, 반음, 그리고 당김음을 세련되게 섞어가며, 아름다운 멜로디와 피아노 반주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작곡가 김효근은 본인의 작품들을 아트 팝(art pop)이라는 장르로 불리기를 원한다. 

인터넷에 연주 레코딩과 반주MR은 넘쳐나고, 악보도 많이 돌아다닌다. 그런데, 아쉽게도 틀리지 않고 "정확"한 악보가 하나도 없다. 뮤즈스코어에서 한국 가곡이나 클래식 곡들을 작업을 해보면, 커뮤니티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엉터리 악보가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곡, 그리고 그것을 악보로 기록하는 것은 매우 정교하고, 고통스런 작업이다. 작곡가가 한 음, 한 음을 고민해서 그려넣은 것을 하나, 둘, 조금씩 틀린 악보를 보다 보면 정말 답답하다. 

그래서 나의 악보 작업의 원칙은 (1)결함 없는 악보 만들기(flawless scoring)와 (2)연주의 감성을 살리기이다. 클래식 곡일수록, 특히 쇼팽의 피아노 곡들은 극단적인 루바토(rubato)와 다이나믹을 잘 가미하지 않으면, 악보상으로는 곡의 느낌을 절대 살릴 수 없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은, 더구나 사람이 노래하는 성악은, 연주(performance)에서 해줘야 할 일이 매우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니, 악보에 숨은 요소를 많이 넣어야 한다. 원래 악보에는 없지만, 템포가 수시로 바뀌고, 숨을 쉬어야 할 때가 있고, 보이지 않는 프레이징을 해야 하고, 보이지 않는 페달링과 다이나믹을 조정해야 한다.

결함 없는 악보라는 원칙은 비교적 잘 된 것 같다. 뮤즈스코어 커뮤니티와 인터넷에 수많은 잘못된 악보들과 달리, 정확한 클래식 디지털 기록물로서 악보를 만드는 것까지는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연주의 감성을 악보에 숨은 요소를 넣어서 살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엄청난 노가다(?)가 들어가는 일인데, 너무 힘들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기 일쑤다. 

고전적인 한국 가곡에서 약간 현대적인 곡으로 넘어와 작곡가 윤학준의 "마중"을 골랐다. 허림 시인의 시도 아름답고, 그리운 마음으로 노래한 노래와 반주도 아름답다. 여름 밤에 시원한 바람이 분다. 바람결에 그리움을 실어 말 한 마디 건네고 싶지만, 그립다는 것은 오래 전 잃어버린 향기라고 시인은 노래한다. 
마중 - 윤학준 by Greg SHIN

2021-06-20

여유있게 걷게 친구 악보

기흥 호수공원에서 산책 (엄마와 아이)

예전에 합창단에서 불렀던 돈 베지그의 《여유있게 걷게 친구》라는 곡을 피아노로 연주했던 적이 있다. 이번에 이것을 뮤즈스코어 전자 악보로 입력하였다. 남편/아빠가 할 일을 잘 하지 못하여, 내일 일어날 일을 걱정하는 아내와 아이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오늘을 살아가라고 말하면서 들려주고 싶은 곡이다. 



여유있게 걷게 친구 - 돈 베지그 by Greg SHIN

2021-06-13

꽃구름 속에 (한국 가곡) 악보 작업

 

다채로운 꽃밭 사진

요즘 한국의 정서가 담긴 고전적인 한국 가곡들을 시범적으로 Musescore를 이용해 악보로 만들고 있다

예전에는 음악만 보았지만, 요즘에는 가사를 천천히 음미해보면서 작업한다. 시인은 어떤 마음으로 한 단어 한 단어를 써나갔는지, 그리고 그런 시를 작곡가는 어떻게 절절하게 표현했는지.  사람이 마음을 담아 부르는 노래들은, 연주(performance)를 어떻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기존에 연주된 영상을 참조하고, 노래의 맛이 조금이라도 살아나게 하려고, 악보에 드러나지 않는 숨은 요소를 엄청나게 많이 넣었다. 순전히 노가다로 템포(속도)와 강약(셈여림)을 조정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악보 자체를 입력하는 시간보다 훨씬 많이 걸린다. 그럼에도 여전히 맘에 잘 들진 않지만...

아무튼 이렇게 해서 가장 최근에는 이흥렬 곡의 꽃구름 속에를 완성하였다. 다른 곡과 달리 반주가 계속 I도, V도 화음의 반복이 많아서, 약간 편곡을 하였다. 24~30마디 부근은 조수미의 오케스트라 반주 음반을 듣고 약간 차용하였다. 단조로 조가 바뀌는 47마디 ~53마디 부분의 반주도 I도 V도 위주의 단순한 반주이다. 오케스트라에 나오는 것처럼 좀 더 어둡고 스산한 느낌으로 화음을 바꿀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피아노로 너무 무리하게 나가는 것 같아서, 원래 반주 패턴을 존중하되, 성악 부분의 루바토(rubato)를 살려주기 위해, 있던 피아노 반주를 조금 뺐다. 마지막으로 80마디 이후 4마디의 종지 부분을 바꾸었다. 


꽃구름 속에 - 이흥렬 by Greg SHIN

2021-06-11

마스크에 대한 잡생각

마스크를 쓴 남자


얼마 전에 보험 상품을 팔러 나에게 온 사람이 있었다. 상당히 매력적인 상품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자꾸 가까이에서 마스크를 대충 쓰거나, 내리고 이야기하는 것이 나는 위협적으로 느껴졌고, 고객을 똥같이 생각한다고 느껴졌다. 물론 그런 사람에게서는 상품을 구매하지 않았다.  

하루 8시간 내외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이제 이상하지 않은 일상이다. 그런데, 누구는 마스크를 되도록 벗지 않고 종일 답답하게 코와 입을 완전히 가리고 그 상태를 몇 시간씩 유지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수시로 마스크를 내리고, 툭하면 벗어버리고, 아예 대놓고 벗고 지내는 사람도 있다.

확률적으로 내가 감염되었을 가능성, 또는 같은 공간을 쓰는 내 옆에 있는 동료가 감염되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우리 나라 인구 5천만 중에 하루 5백명씩 신규 감염자가 나온다고 하면 고작 10만명 중 1명 꼴이다. 그런 적은 수의 일일 신규 확진자들 가운데 설마 나는 들어가지 않겠지라는 생각은 한편 아주 합리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드물고 드물지만 만에 하나 내가 감염자인데 마스크를 쓰지 않아 생길 수 있는 주변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답답하고 덥고, 냄새나는 마스크를 하루 종일 쓰고 있는 것이다.

나는 사람에 대해 쉽게 판단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에 나만의 휴리스틱이 생겼다. 바로 마스크를 잘 쓰는 사람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다. 마스크는 상대방이 혹시 감염자일 경우 나를 지키는 수단이라기보다, 내가 혹시 감염자일 경우, 상대방을 지키는 수단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마스크를 잘 안 쓰는 사람들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으로 간주한다. 지하철, 버스와 같은 공간에서 이야기가 아니다. 일상적인 사무실, 밥 먹는 식당 등에서 주로 차이가 난다.

나는 마스크를 잘 안 쓰는 주변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 상대방을 배려할 줄 모르는구나!
  • 매사에 철저하지 못하구나!
  • 예의가 없구나!
  • 공동체와 규칙을 존중하지 않는구나!
  • 옆에 있는 사람(특히 그 사람이 자기보다 직급, 지위, 사회적인 위치가 낮다고 생각하는 경우)을 무시하는구나!
  • 매사가 대충대충이구나!
  • 본인은 항상 옳고, 틀릴 일이 없고, 깨끗하다는 오만에 빠져 있구나!
  • 모든 안 좋은 일에서 본인은 특수한 예외라는 착각에 빠져 있구나!

반면 고지식하게 마스크를 벗지 않는 사람을 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 매사에 철저하구나!
  • 공동체와 규범을 존중하는 사람이구나!
  • 다른 일에도 철두철미하겠구나!
  •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 옆에 있는 사람을 똑같이 배려하고 존중하는구나!
  • 나도 예외가 아니고, 나도 틀릴 수 있고, 나도 똑같이 감염자일 수 있고, 나도 똑같이 더러울 수 있다는 유연한 생각을 하는구나!
마스크 하나 가지고 너무 많이 나갔나? 그런 것 같긴 하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사람들 중에 매체에 등장할 때마다 절대 마스크를 벗지 않고 인터뷰하고, 발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본인이 발표자일 때는 마스크를 벗는 게 발표자에게 주어지는 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방역 수칙은 포스터에나 나오는 것이고, 자기는 절대 감염자일 리 없으니, 5인 이상이고 뭐고 가볍게 무시하다 딱 걸린 사람들,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은 사실 매우 위험하다. 사람의 열 가지 속성이 일관성 있게 다 좋고, 다 나쁘고 그렇지 않으니까. 그러나 요즘, 나는 마스크 착용하는 것 하나를 보고, 그 사람에 대한 온갖 추측과 예단이 생기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