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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2

피아노 연주 두 곡 (Reminiscence, Memory)

디지털 피아노를 사고 싶어서 여기 저기 알아보고 있습니다. 어차피 놓을 데도 없어 당장에 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오랫동안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봤더니 역시 고급 기종엔 야마하가 꽉 잡고 있더군요. 음질도 아주 뛰어나고. 그 다음이 카시오, 카와이, 다이나톤 정도가 자리잡고 있는데, 피아노 음색은 다이나톤이 야마하 다음으로 제일 나은 것 같고, 공간을 덜 차지하고 USB나 SD 카드를 지원하는 실용성 측면에서는 카시오가 좋아 보입니다.

아무튼 지금 당장 구입할 건 아니어서 새삼스럽게 기존에 가지고 있던 61건반 GS1000을 어떡하나 하다가 피아노 음색이 어떤지 실험해보기로 했습니다. 터치는 한 마디로 꽝이니 말할 필요가 없고, 기능은 그래도 나름 신디사이저이다 보니 음색 편집도 되고 꽤 많습니다. 가장 기본 악기인 피아노 소리에서 각종 효과(리버브, 코러스)를 최대한 낮추고 녹음을 해보았습니다. GS1000의 피아노 음질은 중중하 정도 됩니다. 아주 싸구려 디지털 피아노보단 더 나은데, 샘플링을 한 원본 피아노가 가정용 피아노같은 느낌, 내장 스피커가 제대로 소리를 못 내주는 것, 동시 발음수(24)가 너무 작아 페달을 쓰기 어려운 것, 건반이 나빠서 빠른 곡을 치기 어려운 것 등이 귀만 고급스러워진 요즘에는 자꾸 거슬립니다.

첫 번째 곡은 128Kbps로 했더니 음질이 안 좋아서, 두 번째는 192Kbps로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웹에 포함된 멀티미디어 재생기들의 접근성이 낮아서 MP3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게 첨부했는데 이번에는 웹 페이지 내에 포함시켜 보았습니다. 최대한 표준에 맞추고, 접근성을 고려해서 포함은 시켰지만 아직 그냥 단순하게 링크 거는 것보다는 접근성이 좀 떨어집니다. 무료로 MP3 호스팅 받는 SnapDrive.net 업체의 정책이 바뀌어 플래시 플레이어를 삽입하게 되어 있는데 웹 표준에 맞출 수가 없어서 Box.net이라는 호스팅 업체로 바꾸고 그냥 단순한 링크로 바꾸었습니다.

첫 번째 곡: Reminiscence (예전에 만든 자작곡)


Reminiscence MP3 있는 페이지


두 번째 곡: 뮤지컬 캣츠(Cats) 중 메모리 (Memory)

  • 곡/ 편곡/연주: 앤드류 로이드 웨버 (Andrew Lloyd Webber) / 신승식 / 신승식
  • 악기: GS1000 / Piano 1
  • 녹음: 곰 녹음기 (192Kbps)

메모리 MP3 있는 페이지

2007-06-01

워드프레스 2.2 업그레이드 실패

워드프레스 2.0을 쓴 지가 오래되어서 2.2가 최근에 나왔길래 맘먹고 업그레이드를 시도했다. 설명서를 보고 데이터베이스와 파일을 모두 백업받고, 그런대로 잘 진행이 되다가 업그레이드 스크립트를 실행하는데, 경고가 나왔다. 데이터베이스가 옛날 버전이니 먼저 업그레이드를 하라는 것이다. 이런~. 그래서 호스팅 업체(아사달)에서 제공하는 MySQL 버전을 확인해보니 3.23.58이었다. 워드프레스 업그레이드 설명서를 보니 MySQL 버전이 꼭 4.0 이상이어야 한다면서 낮은 버전에서는 절대 업그레이드 하지 말라고 되어 있었다. 다행히 백업을 받아놨으니 망정이지 마지막 순간에 큰 일 날 뻔 했다. 옛날 버전으로 다시 돌아가는데 계속 에러가 나서 긴장했다. 겨우 원상 복구는 시켰지만 아까운 시간 홀라당 까먹으니 기분이 별로다. 호스팅 업체를 바꿔야 하는 걸까?

2007-05-25

펜티엄 3 컴퓨터를 무료로 드립니다. - 이미 드렸습니다.

계속 컴퓨터에 대한 문의가 와서 혼선을 피하고자 알려드립니다. 이미 컴퓨터를 다른 분이 가져가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펜티엄 3 PC 본체 | 우분투 스크린샷 | 키보드와 매뉴얼


제가 사용하던 펜티엄 3 컴퓨터를 무료로 드립니다. 새 컴퓨터가 생긴 관계로 이 컴퓨터를 싼 값에 팔까 했는데 얼마 받지도 못할 것 같고, 그냥 무료로 꼭 필요한 사람에게 드리려고 합니다. 꽤 오래되고 낡은 것이어서 곳곳에 기스가흠집이 있습니다만 내부는 진공 청소기로, 외부는 수퍼클린으로 깨끗하게 청소했습니다. 이 글이 아마 이 컴퓨터로 마지막으로 쓴 글이 되겠군요. 메인 보드 끼우는 것부터 직접 조립한 것이어서 매뉴얼이 웬만한 것은 다 있습니다. 사양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하드웨어

    • 케이스: 230와트 철제 미들 타워 케이스 (전면 베이: 5.25인치 2개, 3.5인치 3개)

    • CPU: 인텔 펜티엄 3, 450 메가헤르쯔

    • 메인 보드: 유니텍 MS-6119 (인텔 440BX)

    • 램: 750 메가바이트

    • 하드 디스크: 퀀텀 파이어볼 12 기가바이트

    • 그래픽 카드: S3사의 Savage 4 (PCI 방식) (매뉴얼 및 CD는 분실)

    • 랜 카드: 10메가 이더넷 카드 (RTL-8029)

    • 광 디스크 드라이브: 삼성 CD-RW 및 DVD-ROM 지원 콤보 (SM-332)

    •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 LS-120 (120메가바이트 수퍼 디스크 지원)

    • 사운드 카드: 사운드 블래스터 라이브! 밸류 (PCI 방식)

    • 내장 팩스 모뎀: 락웰사 56k 데이터/팩스/보이스 모뎀 (매뉴얼 및 CD는 분실)


  2. 소프트웨어
    • 운영체제: 우분투 리눅스 6.06 (대퍼 드레이크)

    • 데스크톱 환경: 그놈

    • 기타: 한국어 로케일(106 키보드 지원, 한글 입력기 SCIM, 은글꼴 등 포함), 파이어폭스 브라우저, 오픈 오피스 등



  3. 설명서/매뉴얼
    • 메인 보드 설명서 (한 + 영)

    • 사운드 카드 설명서(두꺼운 것 + 간략본)

    • 콤보 드라이브 사용자 설명서

    • CPU 사용자 설명서 및 설치 가이드

    • 랜카드 사용자 설명서


  4. 기타

    • 번들 CD 타이틀: 사운드 블래스터 라이브 밸류 설치 CD (윈도우즈용), CD 레코딩 소프트웨어 (윈도우즈용)

    • 마우스: PS/2 방식의 스크롤 휠 있는 볼마우스 (삼보 M-S48)

    • 키보드: 엘지 106키 + 볼륨 조절, 기타 단축키 2개 (사용 안 한 새 것)

    • 컴퓨터 본체용 전원 케이블 (220볼트)

    • 2미터 정도 되는 10 Base-T 이더넷 케이블

    • 2미터 정도 되는 전화 케이블



조건이 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경기도 오산입니다. 평일 저녁이나 쉬는 날 오산에 오셔서 직접 가져가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 컴퓨터를 가져가 다른 분에게 팔아 장사하실 분에게는 드리지 않겠습니다 (아름다운 가게나 녹색 가게 등은 제외). 가져가실 분은 sshin90 골뱅이 야후 쩜 코 쩜 케이알로 메일 주십시오.

2007-05-05

남자 둘

남녀는 성적관심, 여여는 연대감…남남은?이라는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다. 문화 평론가 남재일님의 글이다. 남자 둘이 모여서 사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가벼운 여가를 같이 즐기거나 하는 경우가 남녀, 여여에 비해 적다는 것이다. 일견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영어 표현에 걸스 톡(girl's talk)이라는 것이 있다. 여자들끼리의 대화. 여자들끼리의 시시콜콜한 잡담(?) 이라는 뜻으로 약간은 성차별적인 말이기도 하다. 사실은 남자도 업무 이야기나 정치 이야기 말고, 그냥 사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남자와 남자가 만나면 보통은 더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물론 아주 친한 또래 친구끼리는 사적인 이야기를 편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같이 영화를 보러 가는 경우도, 공원을 산책하는 경우도, 취미를 같이 즐기는 경우도, 여행을 같이 가는 경우도 있다. 죽이 잘 맞으면...

기사에서도 지적한 가장 불편한 자리는 보통은 직장 선배들에 의해 주도되는 술자리이다. 빠질 수도 없고, 막상 가려니 불편한 그런 자리. 보통 그런 자리에 둘만 앉아 있는 경우는 드물지만, 둘이 앉았을 때에 얼마나 어색했는지 기억나는 자리가 있다. 예전 회사의 한 상사 한 분이 생각난다. 그 분은 어디를 가나 회사 이야기를 끊이지 않고 하셨다. 점심 먹으면서도, 쉬는 시간에도, 저녁의 술자리에도 주로 회사 이야기만 하셨다. 그런데 한 번은 그 분이 나하고 저녁에 술 한 잔 하자고 하셨다. 내심 적잖이 부담이 되었지만 차마 거절할 수도 없었다. 회사에서는 아무런 감정 없는 일 중독자에 탱크같이 밀어붙이는 사람인 줄 알았던 그 분이 술자리에선 그래도 자기 힘든 점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해서 어느 정도 경계심(?)은 풀어졌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 분이 말씀하신 힘든 점은 다 회사일과 관련되어 있었다. 나는 낮에도 업무 이야기, 저녁에도 소위 말해 다시 공장(?)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자리에서 공장 이야기에 관심을 덜 보이는 것은 웬지 내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약해보일지도 모른다는 압박 때문인지 계속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쳐주고 또 내 나름대로의 의견을 피력해야 했다.

누구나 조직원이기에 앞서 사생활이 있는 개인이다. 폭탄주가 돌고, 모두가 상기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폭탄주를 거부하거나, 상기되어 있는 분위기에 동참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심경을 드러내면 보통은 집단의 눈총을 받게 된다. 이렇게 개인성을 드러내기가 힘들고 그것이 위협받는 것은 아주 힘든 경험이다. 이런 개인성은 그냥 혼자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다른 사람과 소통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적인 대화, 걸스 톡은 중요한 것 같다. 직장을 막 옮기고 초반에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개인성을 소통할만한 상대를 직장 내에서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것 같다. 그냥 개인으로서 나를 봐라봐주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러나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알코올에 얽매이지 않는 남성과 남성의 관계도 중요하다. 남성으로서 가져야 한다고 생각되는 지나친 책임감, 의무감, 조직에 대한 충성심, 마쵸 기질, 주도에 대한 의무, 이런 것들 한꺼풀만 벗겨내면 개성 충만하고, 유쾌한 한 개인이 드러난다. 남성들이여, 그렇게 유쾌한 개인들의 만남을 즐겨보자.

2007-05-01

국가 권력보다 무서운 자본의 권력

과거 군사 독재 정권 시절에는 평범한 많은 사람들에게조차 가장 무서운 단어가 아마 "중앙 정보부", "청와대", "안기부", "보안사" 이런 것들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웬지 "안기부"라는 단어는 재수 없게 들렸고, 공포스럽게 들렸다. 지금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물론 국가는 아직도 검찰, 경찰과 같은 물리력과 신체 구속력을 동반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벌어진 던킨 도너츠 사건 (발단, 관련 블로그 글)과 한화 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력 사건을 보고 있자면, 이제 전통적인 정치 세력이 가지고 있던 권력이 자본으로 이동되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 과거에 고 정주영 회장이 대통령 후보 되겠다고 나왔을 때에 그게 한나라당 군사 독재의 잔당들이 후보로 나왔다는 사실보다 더 몸서리쳐졌던 것 같다.

돈이면 손바닥으로 하늘도 가릴 수 있는 것인가. 정보화 사회에서 진짜 무서운 것은 돈으로 여론과 정보를 조작하는 것이다. 중국은 아직도 국가가 정보를 통제하고 조작하지만, 우리 나라는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정보를 통제하려고 드니 중국이나 우리 나라나 그런 면에서 참 닮은 꼴이다. 정확한 사실이 과연 밝혀질지 의문스럽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서, 두 개 자본의 추악한 현재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화가 치밀어오른다.

2007-04-08

한비야의 멈추지 않는 걸음,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저.

오지 여행가로 유명했던 한비야가 긴급 구호 전문가로 변신했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그녀의 변신 이후 지난 5년간 아프가니스탄, 말라위, 잠비아, 이라크,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북한, 팔레스타인, 네팔, 서아시아의 쓰나미 현장 등 정말 말할 수 없이 끔찍하고, 참혹하고, 위험한 현장에서 긴급 구호 요원으로 활동했던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다. 한비야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본 사람들은 그녀의 팬이 되어버린다. 특유의 친화력과 사람에 대한 애정, 그리고 소명 의식으로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현장에서 그녀는 홍보 전문가로 그리고 물자 배분가 이상의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런 책이 없었으면 관심은 커녕 이름도 몰랐을 서아프리카의 시에라이온, 라이베리아에 있는 소년병들의 삶에 대해 양심있는 지구인으로서의 최소한의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 치고 싶은 부분이 정말 많았으나,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 있었기 때문에 표시하지 못하고 그냥 한 번 읽고 넘어간 것이 너무 아쉽다.


세계에는 당장의 삶 자체를 위협받고 기본적인 생명권을 제대로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은 일제 강점기에 식민지의 고통도 겪었고, 동족끼리 총칼을 겨누며 싸우면서 전쟁과 기아, 가난의 아픔을 겪으면서 다른 나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제 우리의 관심을 과거에 우리가 겪었던 극도의 어려움을 현재도 겪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람들에게도 쏟아야 할 때임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도움이 일시적이지 않고 그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것도 알려준다. 결국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에 먹을 거리를 제공해줄 한 줌의 "씨앗"이라는 말을 잊을 수 없었다.


인생에서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는 청소년들에게도 한비야가 묻는다.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라고. 그래서 그 안타깝고 괴로운 현장에서, 때로는 버겁고 무섭고, 능력에 의심이 가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실토하는 한비야는 그래도 현장의 사진 속에서 싱글벙글 환하게 웃고 있다. 그가 말한다.


"그건 아마도 희망의 싹 때문일 것이다. 재난의 크기와 원인은 달라도 마음을 열고 잘 살펴보면 거기에는 언제나 파란 희망의 싹이 움트고 있다. 혹독한 환경에서 척박한 땅을 뚫고 돋아난 그 작고 기특한 것을 보았으니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을까."

2007-04-02

웹 2.0 기획론: 강력한 웹 2.0 서비스를 만드는 13개의 키워드를 읽고

정유진의 웹 2.0 기획론: 강력한 웹 2.0 서비스를 만드는 13개 키워드 책표지예전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주말에 서점에 들러 과감하게 산 두 권의 책 중의 한 권이다. 책을 사고 나서 2주일간 서울로 출장을 다녔는데, 출장을 가면서 지하철에 있는 시간이 많아 책읽기에 좋은 환경이 저절로 생겼다. IT 분야의 컬럼니스트들은 대부분 배경이 엔지니어인 경우가 많다. 분야의 특성상 기술적인 배경이 전혀 없이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의 경향성이나 공통점을 찾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 정유진NHN에 근무하는 웹 기획자이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이런 훌륭한 기획자가 일하고 있는 회사가 참 부럽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웹 기획을 하건, 웹 기술 또는 웹 디자인을 하건 자기 영역의 전문성을 가지면서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력을 갖추고, 사회 저변에 흐르는 큰 변화의 틀을 읽어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정유진은 웹 2.0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그것들을 꿰뚫는 13개의 공통 키워드를 제시하였다. 예전에 웹 2.0 시대의 기회: 시맨틱 웹을 읽었을 때 느꼈던 흥미와 설레임이 다시 배가 되어 살아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나름대로 다시 웹 2.0의 키워드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내가 생각한 결론은 관계라는 단어이다. 과거의 웹은 관계를 맺는 방법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 "링크"였다. 물론 링크는 지금도 매우 중요한 "관계"를 설정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세상의 지식은 양이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종류도 셀 수 없이 많아지고, 공급자도 다양해지면서 그들간의 관계를 단순하게 링크로만 맺어주는 것에는 한계가 드러났다. 그리고 아주 엄격한 규칙을 적용해 매우 뛰어난 소수의 전문가 또는 공급자가 관계를 맺어주기에 웹의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너무 복잡해졌다. 그래서 이제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지식들이 많아지면서 웹은 지나치게 거대한 쓰레기장이 되어 버렸다. 그런 쓰레기장에서 숨어있는 보물을 용하게도 잘 찾아주는 녀석이 바로 "구글"이다. 즉, "구글"의 검색은 웹 1.0 시대의 천재이다. (물론 구글은 웹 2.0시대를 연 대표적인 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웹 2.0 시대가 오면서, 쓰레기가 데이터로 변모한다. 마이크로포맷 등을 통해 데이터의 규격이 생기고, XML 웹 서비스라는 것을 통해 전혀 소통이 불가능했던 데이터와 다른 곳에 있는 데이터의 소통 방법이 생기고, 기존에는 데이터로 취급하지 않았던 데이터들의 관계나 숨은 데이터(메타 데이터)가 새로운 데이터가 된다. 기존의 웹에서 단일한 사이트 내에서만 조회 가능하던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조회(쿼리)가 이제 전체 웹을 꿰뚫으며 가능해진 것이다. 웹 2.0은 기존의 웹 1.0 시대에서 팀 버너스 리가 꿈꾸었던 시맨틱 웹에 한 발 더 다가선 개념이다. 단일한 서비스나 단일한 사이트가 아닌 웹 전체가 거대한 네트워크가 되고, 전체 웹이 하나의 거대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가 되어 사용자가 또는 기계가 원하는 데이터를 자유롭게 추출할 수 있게 된다는 개념은 사실 인간의 지식 표상(knowledge representation)에 대한 연구에서 나온 결과와 아이디어를 주고 받은 결과이다. 인간의 뇌세포들은 시냅스를 통해 매우 복잡한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고, 지식들이 한 개의 뇌세포가 아닌 여러 지역에 분산되어 저장된다. 즉, 하나의 개념이나 지식을 활용하려면 관계있는 모든 영역이 동시에 병렬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하고, 그 활성화되는 정도는 과거에서부터 축적되어온 지식들간의 연결 강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즉 인간은 아마도 기본적으로 "관계"를 통해 사고를 확장해갔는지도 모른다.


김중태 원장은 그의 저서, 웹 2.0 시대의 기회: 시맨틱 웹에서 웹 2.0의 특징 중에 "자동화"를 강조했었다. 맞는 말이다. 쓰레기로 가득찬 곳에서는 쓰레기 처리를 자동화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의미있고 서로 관계가 있는 데이터로 가득찬 곳에서는 기계에 의한 자동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근원적으로 웹은 누구 한 사람에 의해서 통제되는 한정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정해진 규칙 기반의 자동화를 구축하려고 하면 한계에 부딪힌다. 그것들을 보완해주는 중간 단계의 기술들이 현재 나와 있는 웹 2.0의 기술과 서비스 아이디어들이다. 그러나 점점 더 복잡해질지도 모르는 웹에 "자동화"를 구현하려면 김중태 원장이 말했듯이 인공지능의 기술, 특히 신경망처럼 스스로 방대한 데이터들을 입력받고 학습하며 진화하는 시스템이 더 발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구글처럼 매우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공간/시간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기술도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기술 서적이 아니다. 웹 2.0도 기술 용어가 아니다. 그래서 기술을 다루지 않는, 또는 웹을 다루지 않는 사람들도 웹 2.0이나 이 책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웹 2.0의 시대에 강조되어온 "관계"와 "소셜(social)", "데이터", 어텐션(attention)" 그리고 "참여"와 "공유"라는 개념은 조직 내의 의사 소통 과정, 의사 결정 과정, 전략 수립, 지식 경영, 교육과 훈련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조직의 규모가 크고, 구성원들의 업무, 성향, 국적, 역량 수준이 다양하고 복잡할수록 더욱 그러할 것이다. 앞으로 많은 조직들이 웹 2.0 또는 엔터프라이즈 2.0을 조직 내에 어떻게 적용하여, 어떻게 변화해갈지 궁금해진다.

2007-03-20

'ㅔ' 발음과 'ㅣ' 발음

우리 나라 말에서 급격하게 차이가 희미해지고 있는 발음이 'ㅐ'와 'ㅔ'이다. 사실 'ㅐ'와 'ㅔ'를 틀리게 발음하는 것은 그렇게 치명적이지 않다. 그것을 듣고 구별하는 것도 매우 어렵고, 또 정확하게 발음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음성 언어로 구분이 안 되니 문자로 기록할 때에도 'ㅐ'와 'ㅔ'를 바꿔서 쓰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런데 오늘 느낀 것은 재미있게도 영어의 '엑스' 발음이나 '에' 발음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익스'나 '이' 발음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represent'라는 영어 단어는 '레프리젠트'로 발음해야 하고 'representation'도 '레프리젠테이션'으로 발음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프리젠테이션'으로 발음한다. 거꾸로 'ㅣ'를 써야 하는데 'ㅔ'를 쓰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리포트'를 '레포트'라고 발음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듣기에 별 거북함이 없다. 왜냐하면 한국어를 말하는 맥락에서는 충분히 한국화된 발음을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예전에 어떤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database'라는 영어 단어를 한국어 맥락에서도 '데이러베이스'라고 말하는 것이 어찌나 어색하게 들렸던가. 그런 맥락에서는 그냥 '데이타베이스'라고 하는 것이 훨씬 듣기가 좋다. 재미있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이라는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말하는 상황에서도 'excel'을 '익셀'이라고 하지 않고 '엑셀'이라고 잘못 발음한다는 것이다.

요즘 뼈저리게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발음은 영어나 외국어를 공부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덜 중요하다는 것. 즉, 억양(액센트)에 너무 목매달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보통의 경우 한국 사람은 한국식, 이탈리아 사람은 이탈리아식, 중국 사람은 중국식, 필리핀 사람은 필리핀식, 인도네시아 사람은 인도네시아식 억양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 사람들에게 미국식 또는 영국식 억양을 쓰지 않는다고 영어를 못한다고 할 수는 절대 없다. 그러나 정확한 강세(stress)와 모음 발음은 여전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빠른 말을 들을 때에는 종종 강세와 모음만 대충 들어도 의미 파악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냥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근거는 없다. 어떤 언어 심리학자가 이런 것들을 검증하기 위해 매우 복잡한 실험을 했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다음 단어들에 나온 'e' 모음이 'ㅔ'인지 'ㅣ'인지 한 번 확인해보자.


  • represent (레프리젠트)

  • representation (레프리젠테이션)

  • report (리포트)

  • execute (엑시큐트)

  • executable (엑시큐터블)

  • excel (익셀)

  • excellence (엑설런스)

  • expert (엑스퍼트)

  • reference (레퍼런스)

  • refer (리퍼)

  • resume (리쥼)

  • export (익스포트)

  • explanation (엑스플러네이션)

  • explain (익스플레인)

  • designate (데지그네이트)

  • prefer (프리퍼)

  • preference (프레퍼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