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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7

정보통신 접근성 향상 표준화 포럼 홈페이지 개편

요즘 회사 일이 무지하게 많아 주말이고 밤이고 없이 일만 하다가 너무 지겨워 우연히 '정보통신 접근성 향상 표준화 포럼' (이하 IABF)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았다. 앗, 언제 이렇게 깔끔하게 바뀌었지? 그동안 접근성에 관한 모든 지침, 교육, 소식을 전달하는 창구였던 IABF 홈페이지가 자신의 홈페이지의 접근성이 별로 좋지 않아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었는데, 이번에 아주 독하게(?) 고친 것 같다. 시간이 없어서 자세하게는 못 봤는데, 최소한 시맨틱(semantic)한 측면에서는 장족의 발전을 한 것 같다. 브라우저 호환성과 키보드 접근성을 고려한 동적인 메뉴, 키보드 포커스(focus)가 눈에 확 띄는 것도 마음에 든다. 접근성 지침의 예제도 참신한 것으로 들어가 있는 것 같고, 아마 앞으로 추가될 예정인 것 같다. 그동안 바라고 바랐던 RSS 구독 기능도 추가될 듯이 보인다.

얼핏 봐서 마음에 걸리는 것 한 가지는 첫 페이지에 아무래도 욕심을 많이 내다 보니 시각 장애인이나 인지적인 장애인에게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그리고 아무래도 디자인을 고려하다 보니 크기 조절이 힘든 작은 크기의 그래픽 이미지들이 상당히 쓰인 것인데 이것도 아마 인터넷 익스플로러 7이나 오페라와 같이 화면 확대 기능이 있는 브라우저가 보편화되면 큰 문제가 안 될지도 모른다.

암튼 IABF 화이팅! 난 다시 회사일 해야함...

2006-08-23

웹 2.0 시대의 웹 접근성 평가 이벤트 (부산 광역시)

부산광역시에서 재미있는 이벤트를 하는군요. 시 홈페이지의 웹 접근성 오류를 많이 지적해준 사람에게 상품을 준다고 합니다. 이벤트 페이지부터 좀 고쳐야 겠다는 생각도 들고, 왜 이런 행사를 이왕이면 공개적인 게시판에서 열띤 토론이 되도록 하지 않고, 얌체같이 폼 메일로 보내도록 했는지 심히 아쉽습니다만... 어쨌든 이런 이벤트를 통해 따가울 것으로 예상되는 사용자들의 지적을 받겠다는 취지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메인 페이지에는 아직 이벤트 소식이 걸려있지 않네요.

부산 광역시의 웹 접근성 평가 이벤트

2006-08-22

김용옥의 강좌에서 건진 두 가지

별 생각 없이 교육방송을 틀어보았다. 김용옥 선생의 논술 강의가 있었다. 특유의 입담으로 텔레비젼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서 끝날 때까지 보게 되었는데, 두 가지 배운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우리가 외래어를 쓸 때에 한글과 외국 문자를 그냥 섞어서 쓰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Beethoven의 교향곡'이라고 쓸 것이 아니라 '베토벤의 교향곡' 또는 '베토벤(Beethoven)의 교향곡'이라고 써야 한다.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보고서 쓸 때 내가 정말 싫어하는 단어가 '추진(案)'이라고 쓰거나 '감독下에 진행中에 있음.' 과 같이 불필요하게 한자를 한글과 섞어서 표기하는 것이다. 한자어 대신에 우리말 단어를 찾아 쓰자는 것이 아니라 한자어를 표기할 때에 굳이 한글에 한자어를 섞어쓰는 것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대표적인 마크업 언어인 에이치티엠엘(HTML)에도 언어가 바뀌면 반드시 언어를 표시하도록 되어있다. 예를 들면,

<p lang="ko">
<span lang="en">remote control</span>을 줄여서
영어에서는 <span lang="en">remote</span>라고 하지만
리모컨이라고 줄여 쓰는 경우는 없다.</p>

이와 같이 언어 독해의 모드(mode)가 바뀌면 원칙적으로 한 단어이든, 문장이든, 단락이든, 아니면 통째로 파일 전체이든 해당 언어를 표시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스크린 리더(screen reader)나 검색 엔진과 같은 기계가 문서를 정확히 분류하고 해독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한국어와 영어는 완전히 문자가 달라서 보통 국내의 스크린 리더에서 알파벳으로 표기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읽지 못하는 경우는 없지만, 표기 문자가 많이 겹치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섞어 쓰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한자를 썼을 때에도 그것이 한국식으로 발음해야 하는지, 일본어식으로 발음해야 하는지, 중국어식으로 발음해야 하는지 컴퓨터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오늘의 결론은 되도록이면 한글로 글을 쓸 때에는 아주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글이 아닌 다른 문자(한자나 영어)를 섞어서 쓰지 말자는 것이다. 그것은 보기 싫기도 하고, 한자나 알파벳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글을 읽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영어 문화권에서도 글을 쓸 때에 다른 문자 표기를 섞어 쓰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한다. 글쓰기의 아주 중요한 원칙을 배웠다.

또 하나는 되도록 순 우리말을 써야 한다는 순화주의자들의 주장을 꼭 따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언어는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에 순 우리말이라는 것이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널리 쓰이는 한자어가 있는데 억지로 말이 안 되는 우리말 단어를 만들어 쓰는 것에 대해서도 웃기는 일이라고 지적하였다. 예로 든 것이, 먹거리라는 단어였다. 원래 우리 말 어법대로 하면 동사가 명사를 꾸미려면 관형어 형태로 먹을 거리가 되어야 하는데 어법에도 맞지 않게 먹거리라는 단어를 억지로 만들어 이것이 음식이라는 한자어보다 더 좋은 우리말인 것으로 퍼뜨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가끔씩 새로운 우리말 단어를 알게 되면 그 아름다움에 반해 꼭 쓰고싶어지다가도 실제 더 많이 쓰이는 한자어나 외래어가 일상화되어서 사실 생활에서 활용을 못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제 그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겠다.

2006-07-25

깜박이는 것들은 가라!

우리 나라 웹 페이지들에서만 발견되는 좋지 않은 특징을 몇 가지 들어보라면 뭐가 있을까? 나는 여기 저기서 난무하는 깜박임과 움직임, 잘 보이지도, 예쁘지도 않은 흐릿한 텍스트, 플래시 메뉴 정도를 들고 싶다. 이런 것들이 정부, 국가 기관, 비영리 기관, 일반 기업, 포털, 대학 등을 가리지 않고 총체적으로 악명높은 한국적인 웹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요소인 것 같다. 그 중에서 깜박임과 움직임의 문제는 W3C의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에서 중요도 1로 다룬 상당히 심각한 것인데, 국내에서는 접근성을 고려해 개편을 했다는 웹 페이지들도 깜박임과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만큼은 무한정의 관대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왜 서구의 웹 페이지들이 깜박임이나 움직임을 쓰지 말라고 지침을 만들었을까? (깜박임을 제한하는 W3C 지침, 미국 재활법 508조 규정 (h)와 (k), HP의 지침, IBM의 지침, BBC 지침)



  • 1초에 약 2회에서 59회 사이의 깜박임에 노출되는 것은 일부 사람들에게 광과민성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1초에 약 20회 내외의 깜박임이다.

  • 움직이는 메뉴나 텍스트, 그림을 선택하는 것은 뇌병변 장애가 있거나, 마우스 사용이 서툰 초보 사용자, 노인, 키보드 사용자가 콘텐츠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제한된 시간 내에 사용자한테 무슨 동작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사용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제작자의 오만이다.

  • 텍스트나 그림이 움직이거나 깜박임을 유지하기 위해, 해당 영역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경우, 시각 장애인용 스크린 리더는 해당 영역만 반복적으로 읽어주면서 다른 영역으로 가지 못하는 현상이 생긴다.

  • 난독증이나 인지 장애가 있는 사람들, 글을 읽는 것이 서툰 외국인들은 빠르게 변하는 그림과 텍스트를 이해하기가 훨씬 어렵다.

  • 화면 확대기를 쓰는 사람들은 화면의 좁은 부분을 확대해서 봐야 하는데, 좁은 부분만 봐서는 깜박이거나 변해가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확대할 영역을 이동해가면서 본다고 하더라도 이미 시간이 지나면서 내용이 바뀌어버렸으므로 이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 첫 화면에 불필요한 플래시나 애니메이션을 넣음으로써 페이지 로딩 속도가 현저하게 늘어난다. 나는 펜티엄 3, 450Mhz와 PCI 방식의 16MB짜리 구형 S3 그래픽 카드, 그리고 리눅스(페도라 코어)와 오페라를 사용한다. 이 환경에서 첫 화면과 메뉴를 플래시로 도배한 국내 홈페이지들을 보거나 탐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와 자비심, 평정심이 필요하다.

  • 화면 여러 군데에서 깜박임이 나타나게 되면, 사용자는 어디에 주목하고 시선을 둬야 할 지 혼란스럽다. 메뉴부터 시작해서 공지사항, 링크, 광고 모든 것이 깜박이니 도대체 뭘 주목하라는 것인지...

  • 화면이 온통 움직이는 사이트들은 (실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사람들에게 덜 인상적이고 더 기억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내용과는 별 상관도 없는데 메뉴를 치장하느라고 무겁고 느린 플래시를 덕지덕지 붙여놓은 사이트들은 단 한 장의 강렬한 그래픽 이미지로 사이트 전체의 느낌과 메시지를 나타낸 사이트에 비해 인간에게나 기계에게나 처리해야 할 정보량은 많고, 그 사이트를 기억하게 만드는 특징점은 줄어들 수 있다.

  • 요즘에 잘 쓰이지 않지만 텍스트를 깜박이거나 움직이게 하는 <marquee>와 <blink>는 HTML 표준에 없는 것들이다. 모든 웹 표시장치들이 그것을 지원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깜박임이나 움직임은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 왜 첫 화면부터 사용자는 원하지도 않았는데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지루하게 봐야 하는가? 깜박임과 움직임이 자주 쓰이는 곳들을 짚어보았다.



움직이는 뉴스
우리 나라 정부 사이트들은 국정 브리핑 자료나 뉴스를 나타내기 위해 좁디 좁은 화면에 텍스트들이 위로 흘러가거나 좌우로 흘러다닌다. 길거리 광고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인가? 그렇게 흘러가는 것 보면서 내가 원하는 것 나오면 잽싸게 마우스로 낚아채라고 마우스 훈련 시키는 것인가? 이런 경우는 그냥 화면을 넓게 쓰고 보여주고 싶은 것을 움직이지 말고 다 보여주면 된다. 그래도 좁다고? 그러면 가장 최신 것, 또는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전체 보기]를 눌러서 보도록 하면 된다.

첫 화면 플래시
정말 나쁜 추세인데 우리 나라 웹 페이지들이 첫 화면에 플래시 애니메이션, 광고를 넣는 것도 모자라 메뉴를 죄다 플래시로 만들어가고 있다. 플래시 메뉴도 점잖게 나오는 것이 아니고 온갖 불필요한 애니메이션을 다 집어넣어 만들고 있다. 선택하지 않은 애니메이션은 없어져야 한다. 정말 강조해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우리 회사/우리 기관이 방문자에게 호소하고 싶은 구호를 보여주려면 정말 중요한 것 하나를 간결하게 골라서 정적으로 보여주면 된다. 사용자들에게 호소력있게 메시지를 만들고 내용을 담고, 시각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기획자의 노력의 산물이다.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무작정 이것 저것 번갈아가면서 다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기획자의 게으름이 산물이다. 게다가 굳이 그런 구호를 글자가 춤을 추면서 나오도록 하고, 새가 날아다니고, 구름이 흘러가면서 보여주어야 겨우 사용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기획자의 게으름과 유치함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플래시 애니메이션
제품 사용법을 소개하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쓰겠다고 하면 대찬성이다. 사용자가 제품 소개 플래시 애니메이션 보기와 같은 링크를 선택한다는 전제하에. 그리고 플래시를 볼 수 없는 사용자나 플래시보다 더 빨리 내용을 보고 싶은 사람, 내용을 인쇄해서 보고 싶은 사람을 위해 텍스트로 보기, PDF로 보기와 같은 대안적인 링크도 제공해주어야 한다.

플래시 비디오
요즈음은 플래시가 애니메이션 영역에서 벗어나 스트리밍 비디오로 많이 쓰이고 있다. 사실 반가운 일이다. 기존의 윈도우즈 미디어는 윈도우즈에서만 볼 수 있고, 퀵타임은 리눅스에서 볼 수 없고, 리얼 미디어는 리얼 플레이어 다운로드 받기가 너무 어렵다. 반면에 플래시 비디오는 플래시 플러그인을 깔아야 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OS와 브라우저에서 볼 수 있으니 일단 훨씬 많은 사용자를 수용할 수 있다. 이렇게 사용하는 경우에도 오디오를 듣지 못하는 청각 장애인이나, 사운드 카드가 없는 사용자, 성질이 급해 텍스트만 빨리빨리 보면서 넘어가고 싶은 사용자, 외국인 등을 위해 캡션을 넣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재생, 멈춤, 앞으로 가기, 뒤로 가기, 음량 조절, 소거, 속도 조절, 화면 크기 조절, 캡션 표시 여부를 사용자가 제어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광고
국내에서 최근에 유행하는 모든 형태의 플래시 광고는 모든 사람에게 짜증을 유발하는 공공의 적인 것 같다. 게다가 화면의 주요한 내용을 가리면서 등장하는 플래시 광고는 아마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싫어할 것이다.


플래시나 깜박임을 쓰지 않고도 사용자에게 전달하고자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간결하게 그래픽으로 나타낸 외국 사이트들은 매우 많다. 그리고 그와 대조적인 한국의 사이트들도 너무 많다. 2006년 7월 24일 현재 시점에서. 언제 바뀔지 모르므로...


  • 메인 이미지 하나로 시의적절한 key message를 전달하는 General Electric사의 홈페이지, 이와는 대조적인 한국의 삼성전자엘지전자

  • 전달하고자 하는 캠페인의 주요 포인트(What CEO wants. How the CIO delivers it.)를 아주 간단한 애니메이션으로 나타낸 IBM사의 홈페이지

  • 대학 캠퍼스의 자유로운 풍경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내고 첫 페이지에서부터 RSS에 대한 링크가 눈에 띄는 가보고 싶게 만드는 차분한 옥스포드 대학교 홈페이지

  • 기억에 남는 이미지는 거의 없는데, 메뉴를 선택하는데에 엄청나게 복잡한 플래시를 쓴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는 고려대학교 홈페이지

  • 나는 정말 자동차에 대해 알아보려고 방문했는데 방문한 고객에게 총체적인 짜증을 유발하며 고객을 내쫓는 한국의 GM대우 홈페이지

  • 같은 GM인데도 한국과 미국의 홈페이지 문화 차이를 너무 극명하게 보여주는 미국의 GM사 홈페이지. 원하는 차에 대한 정보를 어떤 곳에서 더 빨리, 더 쉽게, 더 정확하게 찾을 수 있을까?

  • 비슷한 성격이지만 사이트 모든 곳이 다 깜박이고, 움직이고, 마우스 갖다 대면 요동을 치는 한국의 옥션과 오로지 가운데 작은 광고 하나만 약간 움직이다 마는 미국의 eBay

  • 한국에서 웹 접근성 캠페인을 벌이지만 깜박임, 플래시 메뉴, 흐르는 텍스트까지 스스로 만든 접근성 규칙을 지키지 않는 한국 정보문화 진흥원과 미국 유타 주립 대학 내에서 접근성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스스로 사이트를 매우 접근 가능하게 만들어놓은 비영리 기관인 WebAIM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이 발달해서, 또는 한국 사용자들의 미적인 수준이 높아서 메뉴에서부터 플래시를 써야만 한다고 제발 우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정말 사용자의 주의를 끌고 싶고 멋지게 만들고 싶으면 무조건 깜박임을 쓸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행동 특성을 연구해서, 정교한 문구와 메시지에 걸맞는 인상적인 이미지, 그리고 내용물의 적절한 선택과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머리를 싸매고 연구해야 한다. 아무리 초초고속 인터넷이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예측 불허의 움직임과 깜박임이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주고 장애인에게 좌절을 준다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2006-06-06

W3C의 semantic data extractor

오래간만에 페이지의 문법 검사(markup validation check)를 하다가 tip으로 semantic data extractor(시맨틱/의미적 데이터 추출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인데 왜 아직까지 몰랐을까 생각이 들었다. HTML 페이지의 주소를 입력하면 페이지의 각종 메타 데이터(제목, 저자, 요약, 연락처, 저작권, 언어, HTML Profile 등), 관계된 자원(도움말, 다음/이전 문서 등 관계된 다른 페이지, 다른 언어 페이지, RSS 피드용 페이지, 북마크가 가능한 링크 등), 정의된 용어들, 인용된 부분, 그리고 페이지의 논리적 구조 등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많은 데이터들이 제대로 추출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페이지가 의미적으로 잘 만들어졌다는 뜻이고, 그것은 곧 검색 엔진에 제대로 노출된 확률이 크고, 기계적인 처리가 용이하다는 뜻이며, 나아가 의미적인 요소에 크게 의존하는 장애인용 보조 기술을 써서도 페이지를 잘 볼 수 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웹 접근성 쪽 관계자들과 가끔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의외로 접근성 기술 지침에 나온 문자 그대로의 내용에 매달린 나머지, 진짜 중요한 의미 위주의 코딩(semantic markup)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장애인의 접근성과 향후 웹의 내용이 제대로 된 데이터가 되어 기계적인 처리가 원활하게 되는 것은 거의 동격이라고 해도 될 만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에 W3C의 semantic data extractor 말고도 문서의 의미와 논리적인 구조가 제대로 작성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더 있다. 예를 들면, 오페라와 모질라, 아마야 브라우저에서는 link rel을 분석해서 표시해주거나 아예 문서의 구조적인 요소(element)들만 따로 추출해서 보여주는 기능이 있고, 파이어폭스용 확장 중에 웹 개발자용 도구모음(web developer toolbar)이나, 익스플로러용으로 나온 웹 접근성 도구모음(web accessibility toolbar)에서도 문서의 구조적인 정보를 정리해서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semantic data extractor가 보여주는 내용은 이들과는 달리 몇 가지 범주로 나누어 상당히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런 툴(tool)들이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

2006-06-05

웹 디자인할 때 10가지 나쁜 습관

스위스의 웹 디자인 잡지인 CAP&Design 2006년 4월호에 실렸고, 456 Berea Street에서 요약한 웹 디자인할 때 10가지 아주 나쁜 습관(Ten deadly sins of web design)이라는 기사에 나온 10가지 사항을 인용해본다. 특히 우리 나라의 웹 환경에서 디자이너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각 항목에 대한 설명은 온라인 기사에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넘겨 짚은 개인 의견이다.



Not following basic typographic rules (기본적인 글꼴 사용 규칙을 따르지 않는 것)

흔히 발견되는 문제는 아마도 글꼴을 pt나 px 등의 단위를 써서 고정된 크기로 디자인하는 것, 그리고 serif, sans-serif, monospace 등 generic font를 명시하지 않고 그냥 굴림 등 특정한 시스템에서만 나오는 글꼴만 지정하는 것, 가변폭을 써야 할 곳에 고정폭 글꼴을 쓰거나 그 반대의 경우, 지나치게 많은 글꼴을 쓰는 경우, 텍스트로 표현 가능한 내용을 쓸데없이 그래픽으로 그려 넣는 경우 등이 아닐까 싶다.

Being too creative with navigation (지나치게 독특한 네비게이션 방법을 사용하는 것)

우리 나라 사이트들의 정말 심각한 문제점 중의 하나이다. 메뉴를 무조건 플래시로 만들어야 고급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에 플래시의 접근성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지막지한 마우스 포인팅 훈련을 시키는 메뉴들. 최근에 나이드신 아버지에게 컴퓨터를 가르쳐드리면서 다시 깨달았다. 마우스의 정확한 포인팅이 초보자들에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마우스 포인팅 훈련을 강요하는 춤추는 플래시 메뉴를 나는 정말 싫어한다. 게다가 플래시 메뉴의 일관성도 없다. HTML의 하이퍼링크의 동작에 대해서는 비교적 예측이 가능하지만 플래시는 제작자가 마음대로 만들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동작하는지 매 사이트마다 예측하기 어렵다.

Creating a cluttered navigation system (혼란스러운 네비게이션 체제를 만드는 것)

네비게이션이 무지하게 복잡한 경우이다. 나는 이러닝 콘텐츠에서 그런 경우를 많이 본다. 이렇게 사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콘텐츠에 대해서 학습자들은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는 것과, 다음 절로 넘어가는 것,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것을 항상 헷깔려한다.

Making sure the site requires certain technology to work (특별한 기술을 써야지만 사이트가 작동하도록 하는 것)

우리 나라엔 워낙 독특한 사이트들이 많아서 두 말한 필요가 없다. 특히 문제되는 것들은 공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정부 산하 기관, 은행, 대학, 사이버대학, 그리고 심지어 접근성을 고려해서 따로 만든 시각 장애인용 전용 페이지들이 모조리 Active X 깔라고 협박하는 현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Thinking that accessibility is only about blind people (접근성은 시각 장애인만 고려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가장 극적으로 접근성의 문제가 드러나는 장애인이 시각 장애인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시각 장애인용 페이지를 요상하게 따로 만들어놓고, 땡이다라고 버티는 정부 사이트들은 정말 문제이다. 뇌병변 장애인, 청각 장애인, 외국인, 컴퓨터를 잘 모르는 초심자, 노인, 저속 사용자 등 고려해야 할 계층은 많다. 따라서 시각 장애인용 사이트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모두가 쉽게 볼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야지.

Ignoring web standards (웹 표준을 지키지 않는 것)

다행히 최근에 웹 표준을 지킨 또는 지키려는 사이트가 소수이지만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중적인 사이트들은 아직 한참 갈길이 멀다. 아직도 웹 표준이라는 것이 있기나 한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더 심각한 것은 이상한 reference들이 표준인 것처럼 둔갑해 돌아다니고 그것이 코드 베끼기로 여기저기 퍼진다는 것이다.

Not keeping search engines in mind from the start (처음에 검색 엔진을 염두해두지 않고 제작하는 것)

화려한 사이트일 수록 기초 공사가 부실한 경우를 많이 봤다. 사이트 전체를 온통 프레임으로 만들어놔서 검색 엔진이 세부 페이지를 검색하지 못하거나 검색해도 소용없게 만드는 행위가 가장 많다. 두 번째는 기초중에 기초인 페이지 제목을 엉망으로 달아놓은 경우, 또는 엽기적으로 페이지 제목 부분에 자바스크립트를 써서 제목이 계속 바뀌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세 번째는 페이지 내부 구조, 또는 여러 페이지들 사이의 구조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경우이다.

Basing the site structure on your organisation structure (회사의 조직도에 따라 사이트의 구조를 만드는 것)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공급자의 입장에서 사이트를 논리적으로 구성해놓은 경우,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편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Using grey text on grey background (회색 배경에 회색 텍스트를 사용하는 것)

이것 의외로 심각한 문제이다. 최근에 개정된 Web Content Accessibility 2.0 Working Draft에도 텍스트의 색 대비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이 되어있다. 웹 접근성을 고려한다고 하는 개발자들도 색상 대비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을 뿐 아니라, 색상 대비가 높은 것은 디자인이 촌스럽다며 일부러 흔히 말하는 파스텔톤의 흐릿한 텍스트를 본문 글꼴로 삼는 경우가 아주 많다. 약시자나 노인들은 글꼴 크기와 색상 대비에 매우 민감하다. 우리 회사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의 사이트를 화면 캡쳐해서 이러닝 과정으로 제작하거나 매뉴얼을 만드려다 보니 화면이 흐리게 나와서 상당히 애먹은 적이 있었다. 온라인으로 luminosity의 대비를 측정해주는 사이트에서 최소한 5:1 이상의 대비가 나오게 하라고 되어있다. 또 한 가지 기술적으로 주의할 것은 글꼴의 전경색을 지정했으면 반드시 배경색도 지정해주어야 약시자들이 글꼴색만 바꾸더라도 글을 못 읽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ipping the feasibility study (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

학습 과정을 만들 때에는 보통 학습자 요구 분석이라는 것을 한다. 아마 웹 사이트를 제작할 때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주 고객층이 누구이고, 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이고,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만족시켜줄 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서비스인지 점검해보고, 제작에 반영해야 한다. 기사 원본이 없어서 어떤 내용으로 이 항목을 썼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느끼는 것은 이러닝 서비스에서 항상 성인 학습자들이 원하지도 않거나, 거의 참여하지도 않을 과도한 배경 이야기와 어설픈 상호 작용, 유치한 애니메이션과 스토리가 우리 나라 콘텐츠에 너무 많다는 것이다. 바쁜 성인들(또는 직장인들)에게 이런 콘텐츠들이 짜증만 더해주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2006-05-17

고소당한 target.com

UC Berkeley의 한 시각 장애인 대학생이 미국의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target.com을 운영하는 Target Corp.를 장애를 가진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장애인법 위반 혐의로 지난 2월 고소했다 (San Francisco Chronicle에 실린 기사, 미국 장애인 권리 옹호연합회에 실린 기사). 시각 장애인이고 UC Berkely 대학교 3학년인 Bruce Sexton Jr.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미국내에 130만명에 이르는 시각 장애인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직접 사이트를 방문해보니 우선 각 이미지에 대체 텍스트(alt text)를 주요 메뉴에만 넣고, 나머지는 넣지 않았다. 이것이 고소를 당하게 된 주된 이유였다. 이미지를 끄고 사이트를 탐색해보려고 하니 도통 대체 텍스트가 없어서 사이트 탐색이 불가능하였다. 이것이 시각 장애인들이 사이트를 보는 방법이다. 미국은 재활법 508조가 있어서 공공기관 홈페이지의 접근성은 우리 나라와 비교가 안 될만큼 잘 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의 상업적인 사이트들의 접근성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다. 이미 IBM, Apple, HP, Microsoft와 같은 IT 업체들은 자신들의 제품에 장애인의 동등한 접근성을 구현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쇼핑몰 사이트들은 생활에서 활용 빈도가 더 높은데도 불구하고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오늘 확인해보니 eBay는 그나마 Target.com보다 약간 나은 수준이고, Amazon은 별도의 장애인 및 모바일 사용자용 페이지를 만들어놓았다. 우리 나라 쇼핑몰들은 어떨까? 요즘 잘 나간다는 Gmarket, 그리고 Interpark를 들어가보았다. 예상했던대로 최악이었다. 우리 나라 쇼핑몰들의 특징은 이미지에 대체 텍스트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과도한 깜박거림과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남용, 그리고 Windows의 Internet Explorer가 아니면 아예 쇼핑이고 뭐고 할 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최근에 김기창 교수가 정보통신부에 웹 페이지 국제 표준화를 위한 민원을 제기하였고, 현재 네티즌들의 이름으로 웹 표준을 지키지 않고 특정한 제품에 종속적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권을 빼앗고, 정당한 접근 권한을 침해하였으며, WTO 등 국제 규약을 지키지 않은 이유로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중이다. 웹은 그 무엇보다 더 중요한 정보의 원천이고 생활의 도구이다. 다행히 웹은 사용자 특성과 기계의 특성이 아무리 달라도 다 수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한국의 웹과 미국의 웹이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고소당한 Target.com 사이트 | 이미지를 끄고 본 eBay Amazon의 장애인용 페이지 이미지를 끄고 본 G Market 이미지를 끄고 본 Inter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