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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7

Trip to Jeju Island

I had an unforgettable trip to Jeju Island on August 2nd through August 4th with my family: Dad, mom, Doo-shik(younger brother), and Jung-shik (elder brother) and his wife, Minhee. We stayed at a beatiful house for two nights with the ocean view and visited various places including Halim botanical garden, Cheonjiyeon waterfall, U-do, Sanbang-san, and so on.


Dad wearing a straw hat in Halim Botanical Garden, Jeju | Singing Greg with the playing statues | Dooshik spreading out his arm in front of Jesus statue | Mom on the swing | Jungshik and his wife with the Gwanbang Mountain as the background | My family (except me) at the Miniature Theme Park. Dooshik, Jungshik, Minhee (Andrew's wife), Dad, and Mom from the left | Dooshik and Greg riding a horse

2006-08-01

밤의 적막

낮과 밤 중에 어떤 것을 더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만큼 대답하기 어렵다. 요즘 밤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어렸을 때에 몇 번의 이사를 다니면서 기억에 남는 집이 두 곳이다. 하나는 마당과 화단과 우물이 있었던 산수2동 한옥집, 다른 하나는 마당은 넓지 않지만 무등산 밑에 있어서 산에 놀러가기 쉬웠던 산수3동 양옥집. 5분만 나가면 초등학교가 나온다. 그리고 한겨울 운동장에서 별을 관찰한다고 싸구려 망원경을 들고 나와 추위에 떨며 하늘을 쳐다봤다. 그래도 그게 가능했던 것은 그만큼 밤이 어두웠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 살았던 방배동 집에서 조금 걸어나가면 조그마한 뒷산이 나오고, 굳이 산으로 가지 않더라도, 밤에 서늘한 바람에 날려 들어오는 풀냄새와 꽃냄새를 따라 걸을 수 있는 호젓한 산책길이 있었다. 그러다가 다리가 좀 아프면 그냥 길가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쉬거나, 벤치에 앉아 그냥 어두운 산, 깊고 어두운 하늘을 바라본다.

오산으로 이사오고 나서 한 가지 확실하게 나빠진 것은 밤이 너무 밝아졌다는 것이다. 방에 불을 꺼도 주변에서 들어오는 형형색색의 불빛이 너무 밝아 눈가리개를 하고 잔다. 나는 한낮의 밝은 햇빛을 좋아하는만큼, 한밤중에 진한 어두움도 좋아한다. 그 진한 어두움에 잠겼을 때에만 낮의 피곤함이 가시고, 시각적인 자극에 묻혀 들리지 않던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몸도 마음도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하진 않지만 시각적인 현란함에서 잠시 벗어나 주위의 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는 나만의 장소를 찾았다. 물론 벌써 앞반사판이 깨지는 상처를 입은 자전거 덕분에...^^

2006-07-25

깜박이는 것들은 가라!

우리 나라 웹 페이지들에서만 발견되는 좋지 않은 특징을 몇 가지 들어보라면 뭐가 있을까? 나는 여기 저기서 난무하는 깜박임과 움직임, 잘 보이지도, 예쁘지도 않은 흐릿한 텍스트, 플래시 메뉴 정도를 들고 싶다. 이런 것들이 정부, 국가 기관, 비영리 기관, 일반 기업, 포털, 대학 등을 가리지 않고 총체적으로 악명높은 한국적인 웹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요소인 것 같다. 그 중에서 깜박임과 움직임의 문제는 W3C의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에서 중요도 1로 다룬 상당히 심각한 것인데, 국내에서는 접근성을 고려해 개편을 했다는 웹 페이지들도 깜박임과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만큼은 무한정의 관대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왜 서구의 웹 페이지들이 깜박임이나 움직임을 쓰지 말라고 지침을 만들었을까? (깜박임을 제한하는 W3C 지침, 미국 재활법 508조 규정 (h)와 (k), HP의 지침, IBM의 지침, BBC 지침)



  • 1초에 약 2회에서 59회 사이의 깜박임에 노출되는 것은 일부 사람들에게 광과민성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1초에 약 20회 내외의 깜박임이다.

  • 움직이는 메뉴나 텍스트, 그림을 선택하는 것은 뇌병변 장애가 있거나, 마우스 사용이 서툰 초보 사용자, 노인, 키보드 사용자가 콘텐츠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제한된 시간 내에 사용자한테 무슨 동작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사용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제작자의 오만이다.

  • 텍스트나 그림이 움직이거나 깜박임을 유지하기 위해, 해당 영역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경우, 시각 장애인용 스크린 리더는 해당 영역만 반복적으로 읽어주면서 다른 영역으로 가지 못하는 현상이 생긴다.

  • 난독증이나 인지 장애가 있는 사람들, 글을 읽는 것이 서툰 외국인들은 빠르게 변하는 그림과 텍스트를 이해하기가 훨씬 어렵다.

  • 화면 확대기를 쓰는 사람들은 화면의 좁은 부분을 확대해서 봐야 하는데, 좁은 부분만 봐서는 깜박이거나 변해가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확대할 영역을 이동해가면서 본다고 하더라도 이미 시간이 지나면서 내용이 바뀌어버렸으므로 이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 첫 화면에 불필요한 플래시나 애니메이션을 넣음으로써 페이지 로딩 속도가 현저하게 늘어난다. 나는 펜티엄 3, 450Mhz와 PCI 방식의 16MB짜리 구형 S3 그래픽 카드, 그리고 리눅스(페도라 코어)와 오페라를 사용한다. 이 환경에서 첫 화면과 메뉴를 플래시로 도배한 국내 홈페이지들을 보거나 탐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와 자비심, 평정심이 필요하다.

  • 화면 여러 군데에서 깜박임이 나타나게 되면, 사용자는 어디에 주목하고 시선을 둬야 할 지 혼란스럽다. 메뉴부터 시작해서 공지사항, 링크, 광고 모든 것이 깜박이니 도대체 뭘 주목하라는 것인지...

  • 화면이 온통 움직이는 사이트들은 (실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사람들에게 덜 인상적이고 더 기억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내용과는 별 상관도 없는데 메뉴를 치장하느라고 무겁고 느린 플래시를 덕지덕지 붙여놓은 사이트들은 단 한 장의 강렬한 그래픽 이미지로 사이트 전체의 느낌과 메시지를 나타낸 사이트에 비해 인간에게나 기계에게나 처리해야 할 정보량은 많고, 그 사이트를 기억하게 만드는 특징점은 줄어들 수 있다.

  • 요즘에 잘 쓰이지 않지만 텍스트를 깜박이거나 움직이게 하는 <marquee>와 <blink>는 HTML 표준에 없는 것들이다. 모든 웹 표시장치들이 그것을 지원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깜박임이나 움직임은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 왜 첫 화면부터 사용자는 원하지도 않았는데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지루하게 봐야 하는가? 깜박임과 움직임이 자주 쓰이는 곳들을 짚어보았다.



움직이는 뉴스
우리 나라 정부 사이트들은 국정 브리핑 자료나 뉴스를 나타내기 위해 좁디 좁은 화면에 텍스트들이 위로 흘러가거나 좌우로 흘러다닌다. 길거리 광고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인가? 그렇게 흘러가는 것 보면서 내가 원하는 것 나오면 잽싸게 마우스로 낚아채라고 마우스 훈련 시키는 것인가? 이런 경우는 그냥 화면을 넓게 쓰고 보여주고 싶은 것을 움직이지 말고 다 보여주면 된다. 그래도 좁다고? 그러면 가장 최신 것, 또는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전체 보기]를 눌러서 보도록 하면 된다.

첫 화면 플래시
정말 나쁜 추세인데 우리 나라 웹 페이지들이 첫 화면에 플래시 애니메이션, 광고를 넣는 것도 모자라 메뉴를 죄다 플래시로 만들어가고 있다. 플래시 메뉴도 점잖게 나오는 것이 아니고 온갖 불필요한 애니메이션을 다 집어넣어 만들고 있다. 선택하지 않은 애니메이션은 없어져야 한다. 정말 강조해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우리 회사/우리 기관이 방문자에게 호소하고 싶은 구호를 보여주려면 정말 중요한 것 하나를 간결하게 골라서 정적으로 보여주면 된다. 사용자들에게 호소력있게 메시지를 만들고 내용을 담고, 시각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기획자의 노력의 산물이다.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무작정 이것 저것 번갈아가면서 다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기획자의 게으름이 산물이다. 게다가 굳이 그런 구호를 글자가 춤을 추면서 나오도록 하고, 새가 날아다니고, 구름이 흘러가면서 보여주어야 겨우 사용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기획자의 게으름과 유치함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플래시 애니메이션
제품 사용법을 소개하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쓰겠다고 하면 대찬성이다. 사용자가 제품 소개 플래시 애니메이션 보기와 같은 링크를 선택한다는 전제하에. 그리고 플래시를 볼 수 없는 사용자나 플래시보다 더 빨리 내용을 보고 싶은 사람, 내용을 인쇄해서 보고 싶은 사람을 위해 텍스트로 보기, PDF로 보기와 같은 대안적인 링크도 제공해주어야 한다.

플래시 비디오
요즈음은 플래시가 애니메이션 영역에서 벗어나 스트리밍 비디오로 많이 쓰이고 있다. 사실 반가운 일이다. 기존의 윈도우즈 미디어는 윈도우즈에서만 볼 수 있고, 퀵타임은 리눅스에서 볼 수 없고, 리얼 미디어는 리얼 플레이어 다운로드 받기가 너무 어렵다. 반면에 플래시 비디오는 플래시 플러그인을 깔아야 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OS와 브라우저에서 볼 수 있으니 일단 훨씬 많은 사용자를 수용할 수 있다. 이렇게 사용하는 경우에도 오디오를 듣지 못하는 청각 장애인이나, 사운드 카드가 없는 사용자, 성질이 급해 텍스트만 빨리빨리 보면서 넘어가고 싶은 사용자, 외국인 등을 위해 캡션을 넣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재생, 멈춤, 앞으로 가기, 뒤로 가기, 음량 조절, 소거, 속도 조절, 화면 크기 조절, 캡션 표시 여부를 사용자가 제어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광고
국내에서 최근에 유행하는 모든 형태의 플래시 광고는 모든 사람에게 짜증을 유발하는 공공의 적인 것 같다. 게다가 화면의 주요한 내용을 가리면서 등장하는 플래시 광고는 아마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싫어할 것이다.


플래시나 깜박임을 쓰지 않고도 사용자에게 전달하고자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간결하게 그래픽으로 나타낸 외국 사이트들은 매우 많다. 그리고 그와 대조적인 한국의 사이트들도 너무 많다. 2006년 7월 24일 현재 시점에서. 언제 바뀔지 모르므로...


  • 메인 이미지 하나로 시의적절한 key message를 전달하는 General Electric사의 홈페이지, 이와는 대조적인 한국의 삼성전자엘지전자

  • 전달하고자 하는 캠페인의 주요 포인트(What CEO wants. How the CIO delivers it.)를 아주 간단한 애니메이션으로 나타낸 IBM사의 홈페이지

  • 대학 캠퍼스의 자유로운 풍경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내고 첫 페이지에서부터 RSS에 대한 링크가 눈에 띄는 가보고 싶게 만드는 차분한 옥스포드 대학교 홈페이지

  • 기억에 남는 이미지는 거의 없는데, 메뉴를 선택하는데에 엄청나게 복잡한 플래시를 쓴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는 고려대학교 홈페이지

  • 나는 정말 자동차에 대해 알아보려고 방문했는데 방문한 고객에게 총체적인 짜증을 유발하며 고객을 내쫓는 한국의 GM대우 홈페이지

  • 같은 GM인데도 한국과 미국의 홈페이지 문화 차이를 너무 극명하게 보여주는 미국의 GM사 홈페이지. 원하는 차에 대한 정보를 어떤 곳에서 더 빨리, 더 쉽게, 더 정확하게 찾을 수 있을까?

  • 비슷한 성격이지만 사이트 모든 곳이 다 깜박이고, 움직이고, 마우스 갖다 대면 요동을 치는 한국의 옥션과 오로지 가운데 작은 광고 하나만 약간 움직이다 마는 미국의 eBay

  • 한국에서 웹 접근성 캠페인을 벌이지만 깜박임, 플래시 메뉴, 흐르는 텍스트까지 스스로 만든 접근성 규칙을 지키지 않는 한국 정보문화 진흥원과 미국 유타 주립 대학 내에서 접근성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스스로 사이트를 매우 접근 가능하게 만들어놓은 비영리 기관인 WebAIM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이 발달해서, 또는 한국 사용자들의 미적인 수준이 높아서 메뉴에서부터 플래시를 써야만 한다고 제발 우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정말 사용자의 주의를 끌고 싶고 멋지게 만들고 싶으면 무조건 깜박임을 쓸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행동 특성을 연구해서, 정교한 문구와 메시지에 걸맞는 인상적인 이미지, 그리고 내용물의 적절한 선택과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머리를 싸매고 연구해야 한다. 아무리 초초고속 인터넷이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예측 불허의 움직임과 깜박임이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주고 장애인에게 좌절을 준다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2006-07-21

Lebanese feel the world has left them to be slaughtered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과 관련된 충격적인 사진을 보았다. 미국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이스라엘은 마음껏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데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 UN은 전쟁을 멈추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레바논의 시민들은 세계가 자신들이 학살당하도록 내버려두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는데...

From Israel to Lebanon
Save the Lebanese Civilians Petition
We feel the world has left us to be slaughtered.

2006-06-19

투명 피아노 (transparent piano)

투명 피아노

친구 결혼식 갔다가 부산의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본 투명 피아노. 소리는 어떨까?

2006-06-17

자동차 대신 자전거, TV 대신 라디오

자전거를 사고 나서 며칠이 지났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삶이 더 상쾌해졌다. 주말에는 자전거를 몰고 시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녔고, 그러다가 은계동 성당을 찾게 되어 주일 미사에 갈 수 있게 되었다. 밤에는 자전거를 몰고 시청앞을 빙글빙글 돌다가 야외에 시민들을 위해 놓여진 운동 기구를 발견하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며 재미삼아 모든 운동 기구를 한 번씩 다 해보았다. 자전거가 있어서 움직이는 반경이 더 커졌다. 물론 자동차가 있었다면 비교할 수 없을만큼 더 움직이는 무대가 넓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전거로 움직이는 것이 훨씬 평화롭게 느껴진다. 다행히 요즘 저녁은 아주 선선해서 자전거 타기에 그만이다. 얼마나 계속될지 모르겠지만 자전거로 인한 삶의 작은 변화가 즐겁게 느껴진다.

서울에서 이사오면서 두 가지 없어진 것이 있다. 하나는 집전화, 하나는 TV이다. 휴대전화보단 집전화가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데, 회사원으로 휴대전화를 없앨 수는 없다. 그래서 그냥 휴대전화로 버텨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역시 지난달 휴대전화 요금이 확 올랐다. 음... 어떤게 더 나은지 아직 잘 모르겠다. TV 없이 지낸지는 이제 한 달 반 정도 되어간다. 처음에는 좀 심심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쾌적하게 느껴진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아주 "나이스"이다. 한 가지 적신호는 TV 대신 인터넷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아무튼 아침에 라디오를 들으며 출근 준비를 하고, 저녁에 라디오의 음악을 들으며 생각에 잠긴다. 이것이 아침에 TV로 세상의 안 좋은 소식 찡그리며 보는 것과 저녁에 멍하게 TV 채널을 끝없이 돌리는 것보다 훨씬 낭만적이고 분위기 있다.

2006-06-14

축구 보시는데 죄송합니다...

어제 회사에서 당직이었다. 당직은 밤늦게까지 헬프데스크에서 교육생들의 전화를 받는다. 재미있는 전화가 걸려왔다. "축구 보는데 죄송합니다만..."으로 시작하는 전화였다. 그런데 나는 축구를 보지 않고 있었다. "축구 안 보는데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넘어갔다. 왜 당연히 누구나 축구를 볼 것이라고 생각할까? 나는 정말로 솔직히 말하면 사실 월드컵에 별 관심이 없다. 그냥 정 할 일이 없어서 가끔씩 보면 "나름대로 재미있네, 뭐" 정도일 뿐이다. 그런데 모든 언론과 모든 사람들과 모든 장사하는 사람들이 다 나서서 하루 쥉일 "대~한민국" 외치기 때문에 축구가 더 싫어지고 있다.

다행인 것과 불행인 것이 있다. 다행인 것은 우리집엔 TV가 없기 때문에 TV 채널 돌려가면서 "젠장, 온통 월드컵 이야기밖에 없구만!" 하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불행인 것은 우리집이 시내 중심가 한 가운데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시청 앞에 모여서 밤늦게까지 응원하는 소리에 시달리느니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냥 집앞에 나가서 "차라리 축구나 보는 게 낫지"라는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축구도 삶의 일부이지만, 축구가 아닌 재미있는, 감동적인, 슬픈, 놀라운, 중요하고 심각한 삶에 대한 이야기거리도 많다. 그런데 왜 그런 다양함을 즐기기가 이렇게 힘든가...

2006-06-11

그래도 펌/펌질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

펌로그는 무조건 잘못된 것이다?라는 재미있는 글을 읽고서 새삼 다시 한 번 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상하게 우리 나라에 유독 많은 것이 바로 펌, 또는 펌질, 또는 스크랩이라고 불리면서 원본 글을 복사해다가 자신의 페이지에 붙이는 행위입니다. 이에 대해 쿠키님은 원본 글을 쓴 사람이 영구적이고 안정적인 소스로서 글이 가치를 갖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셨고, rantro님은 펌로그를 만드는 사람이 관련글을 찾아서 한 곳에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제 2의 창작이라 할만큼 가치있는 일이라는 의견을 내셨습니다. 그리고 주된 논쟁은 저작권과 관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분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그래도 펌 행위에 대해 비교적 부정적입니다. 예전에는 저 개인도 펌질을 별 생각없이 했었지만 요즘에는 웬만하면 원본에 링크를 걸고 있습니다.

논쟁에서도 나왔지만, 인터넷에서 자기가 원하는 목표에 가장 근접하는 정보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검색 엔진의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아직 웹에 있는 정보들이 논리적으로 잘 정리되어 쌓여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즉, 아직까지 웹에 있는 정보들은 쓰레기의 바다라는 것이고, 그런 쓰레기 속에서도 비교적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와 최대한 유사한 정보를 제시해주는 엄청난 기술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구글과 야후와 같은 검색 엔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그런 검색 엔진이 도대체 그 정보, 또는 문서가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어떻게 판단을 할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기술과 기법들을 사용하겠지만 단순화해서 생각해보면 아마 다음과 같은 것들도 포함될 것입니다.


  • 제목이 적절한 것
  • 제목이 불분명하다면 내용이 적절한 것
  • 다른 곳에서 해당 문서로 링크가 많이 걸린 것
  • 해당 문서의 조회수가 높은 것
  • 해당 문서에 사용자들의 답변과 의견이 많이 올라온 것

원본 문서가 가치있는 문서라면, 그것은 다른 곳에서 많이 링크가 걸릴 것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것입니다. 즉, 더 많은 링크가 걸리거나 더 조회수가 많은 문서일수록 해당 문서는 우리가 찾고자 하는 적합한 문서이거나 또는 가치있는 문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문서의 제목, 내용, 키워드 같은 것들은 기계도 이해할 수 있을만한 정해진 규칙이 아직까지 없고 사용자가 마음대로 작성할 수 있게 되어있어서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신뢰성을 부분적으로 메꾸어주는 것이 바로 외부 문서에서 해당 문서로 걸린 링크의 수, 조회수와 같은 다른 사용자들의 참여도와 인기도(?)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키워드로 인터넷을 검색했을 때에 다른 문서보다 상위에 노출되었다면 아마도 제목, 내용, 링크의 수, 인기도, 조회수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하다고 기계가 판단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원본 문서에 링크를 걸지 않고 그냥 내용을 복사해다가 새로운 사이트에 문서를 만들면, 원본 문서에 축적될 수 있는 가중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즉, 검색을 했을 때에 그 원본 문서가 정말 정확한 내용을 담은 문서라면 최상위에 노출될 것인데, 복사본이 여기 저기에 있기 때문에 원본 문서의 링크수와 조회수는 떨어지게 되고, 검색 엔진은 원본 문서의 정확성이나 신뢰성을 실제보다 더 낮게 판단하게 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특정한 검색 요청에 대해 원하는 문서가 아닌 다른 엉뚱한 문서를 결과로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원본 문서가 약간의 모양만 달리 해서 여기 저기 여러 군데에 있다 보니 검색 결과는 상당히 여러 개가 나왔는데 다 똑같은 내용을 펌질을 통해 복사한 결과라는 것을 알게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검색의 적합성과 정확성, 그리고 신속성이 펌질로 인해 계속 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인기있는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면, 네이버 지식인, 네이버 블로그라는 것들이 주로 이런 펌질로 이루어지다보니 똑같은 문서인데도 제목만 살짝 다르게 되어 마치 여러 개의 검색 결과인 것처럼 노출이 됩니다. 그래서 혹시나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나 하고 여러 검색 결과를 눌러봐도 사실은 똑같은 내용의 중복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말이 쓸데없이 길어졌네요. 결론적으로 아직까지 완벽하지 않은 인터넷 세계에서 외부에서의 링크수와 문서의 조회수는 그 문서의 중요성과 적합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인데, 펌질을 해버리면 그런 기준들이 엉망이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결국 안그래도 어지러운 인터넷 세상에서 펌질로 인해 똑같은 글이 여기저기 난무하게 되면 목적에 부합한 원하는 문서를 찾기가 더 힘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