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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8

웹 접근성 품질 마크 심사 끝

지난 몇 달동안 나를 최대한 괴롭혔던 것이라면, 단연코, 웹 접근성 품질 마크 심사였다. 웹 접근성 품질 마크는 이번이 4회째인데 대상 웹 사이트가 갈수록 늘어나 열 댓 명의 심사위원 한 사람에게 배정된 양이 만만치 않았다. 한 사이트에 대해 세 사람이 심사하고, 세 사람의 의견을 모아서 마지막으로 다시 한 사람이 보고서를 정리한다. 주말이나 저녁에 쉬는 시간이면 품질 마크 귀신이 나를 따라다니며 "네가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있어?"라며 괴롭혔다. 평가 기간동안 개선이 일어나면 다시 심사를 반복해야 했는데, 접근성이 개선된 것은 참 반가운 일이지만, 평가하는 사람들에겐 노동이 더 늘어나므로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었다. 스물 여섯 개의 지표를 수십 개의 페이지에서 확인하는 일은 상당한 중노동이다. 그런 수십 아니 수백 수천 개의 페이지를 만든 사람의 노고에 비하면 별 것 아니겠지만.

웹 접근성은 모로 가거나 홀로 가도 대충, 빨리 앞으로만 가면 된다는 기술 지상주의나 성장 제일주의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합의된 규칙을 지키며, 다같이 함께 가지 않으면 진보하지 않는 것"이라고 딴지를 거는 제동 장치이며, 기술과 디자인의 바른 길을 제시해주는 항법 장치이다. 다행히 이런 제도 때문인지 거의 바닥에서 출발한 한국 공공 기관의 웹 접근성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일반 기업들의 웹 사이트는 아직도 세계 최하위 수준이지만.

나중에 시간이 나면, 여러 사이트에서 공통적으로 자주 나오는 문제점들을 모아서 사례집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을 강제로 설치하도록 우기는 사이트들(개인적으로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이야말로 과장된 보안 위협에 기반한 사기성 프로그램의 극치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기본 중의 기본인 URI를 감추거나 페이지 제목을 제대로 안 쓰는 사이트, 뻔한 HTML을 놔두고 정말로 희한한 자바스크립트를 개발하여 적용한 사례 등등... 아무튼 오늘로 나에게 주어진 모든 사이트에 대한 보고서까지 다 마쳤다. 제발 다시 재심이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말을 편하게 보낼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