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고리 소녀 -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서점에 들렀다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재미있어 보여 그냥 집어든 책,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
를 읽었다. 네덜란드에는 우리에게 비교적 잘 알려진 고흐나 렘브란트와 같은 화가 뿐 아니라 이 미묘한 그림을 비롯해 단지 35편만의 작품을 남긴 요하네스 베르메르라는 화가가 있었다. 아름다운 파란색과 노란색 천으로 머리를 감싸고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을 한 눈이 큰 소녀를 그린 그의 이 그림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한다. 머리에 쓴 두건으로 보아서는 귀부인도 아니고, 진주 귀고리를 한 것으로 보아선 하녀도 아니며, 배경도 없이 까맣고 어두운 바탕에 왼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리고 미스테리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 그림에 대해 슈발리에는 생명을 불어넣었다.
책 속에는 진주 귀고리 소녀를 비롯해 스물 세 점의 베르메르 그림이 들어있다. 음악은 아직도 나에게 삶의 일부로,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있지만, 그림이나 회화는 사실 먼 나라 이야기로 남아 있었다. 게다가 디지털 카메라가 널리 보급된 요즈음엔 카메라 각도를 이리 잡아보고 저리 잡아가며 원하는 그림을 얻는 것이 베르메르처럼 지루하게 몇 개월에 걸쳐, 물감을 만들고, 모델의 위치를 바꿔가며 한 개의 그림을 완성하는 것보단 훨씬 더 익숙한 일이다. 바로 그런 점이 이 책을 흥미롭게 만든 점이었다.
17세기 네덜란드 델프트라는 작은 도시를 중심으로 한 화가와 모델, 그리고 그들 주변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미묘하고 느린 감정의 변화가 생생하며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과학 기술이 발달한 현시대의 독자로서 400년도 더 지난 유럽 작은 마을의 모습, 화가의 그림처럼 좀처럼 더디게 진행되는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투명 인간이 되어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이 초반 몇 페이지에서 배경을 설명하거나 등장 인물이 여럿 등장할 때 인물들의 이름이 헷깔리고 배경이 얼른 눈에 잡히지 않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주인공 그리트의 이야기에 점점 깊이 빠져들었다. 그래서 퇴근 후에 조금씩 시간을 내서 읽었는데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책을 다 읽고 덮기 전에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오직 도둑과 아이들만 뛰는 법이다.
이런 믿음을 가진 그리트가 왜 아우더랑언데이크 가를 달려 내려올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아름답고 신비한 진주 귀고리 소녀
그림에 담긴 비밀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마지막 부분에 저택의 큰 마님, 마리아 틴스가 한 말이, 누구에게도 설명하기 힘든 그리트의 삶을 인상적으로 묘사해준다.
그래, 인생이란 한바탕 연극과 같은 거야. 자네도 오래 살다 보면 놀랄 일 따위는 없을 걸세.

이러닝 담당자 교류회에 갔다가 책을 하나 받았습니다. 원래는 유영만 교수님이 특강을 하시기로 되어 있었는데 일정이 변경되고 대신 이 "용기"라는 책을 얻어왔습니다. 보아하니 두께도 얇고, 그림도 많고, 읽기 쉬울 것 같아서 지금 읽고 있는 책 두어 권을 다 덮어버리고 요걸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자는 교육공학을 전공하신 분인데 이런 종류의 대중 서적 집필이나 대중 강연을 비교적 많이 하신 분입니다. 그중에 몇 번 들어봤는데 솔직히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강연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책을 대할 때 굳이 비판의 쌍심지를 치켜들고 보는 대신에 되도록이면 겸손하게, 나의 머리와 가슴을 비워두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주중에 하루 휴가를 냈습니다. 그동안 밀렸던 은행 일들을 끝내기 위해 시외 버스까지 타고 왔다갔다 하며 오늘 하루만 은행을 다섯 군데나 돌았습니다. 그렇게 모든 일을 마치고 오산에 돌아왔는데 웬지 그냥 집에 들어가기엔 아까운 것 같아, 영화관에 들러 시간 되는 것으로 선택한 영화가 바로 헤어스프레이! 포스터를 보아하니 웬 촌스러운 여자가 전면에 웃고 있는 것이, 분명히 삼류 코메디일거라고 생각하고 들어갔습니다. 언제나처럼 오산의 영화관은 자리가 남아돌기 때문에 가장 보기 좋은 자리에 턱 하니 앉아서 느긋하게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드디어 짠~